■우리당-"4대 계파"로 세력 재편열린우리당의 분파 양상이 심상치 않다. 17대 국회 들어 속속 생겨난 계파별 모임이 첫 임시국회가 끝나면서 4개 계파로 대별되는 모습이다.
가장 두드러진 쪽은 16일 2기 첫 회의를 가진 '바른정치모임'이다. 정동영 통일부장관, 신기남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가 2000년에 결성해 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이 모임엔 정 장관이 총선 당시 영입한 의원들이 새로 가세해 '친 정동영계'의 색채를 보다 뚜렷이 했다. 사실상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이들은 당의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다.
정 장관과 차기 대권을 놓고 경쟁중인 김근태 복지부 장관을 지원하는 세력도 발 빠른 행보에 들어선 상태다. 김 장관이 입각직전 자신의 입각 여부를 상의했던 '국민정치연구회'에는 최규성, 정봉주, 이인영 의원 등 재야출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정치연구회도 30일 5기 총회를 개최해 장영달 의원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해 본격 활동에 나선다.
지난달 송영길 임종석 우상호 등 386 운동권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도 김 장관쪽에 가깝다는 게 당내 평가다. 이 모임의 일부 의원은 당 지도부에 참여하며 정 장관측과 협력 관계를 보이고 있으나, 결국은 경쟁이 불가피한 관계다. 이들이 민주적 당내 의사결정과 대북, 외교 문제를 중시하며 이라크 추가파병과 대미 관계 등에 대해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갈등 요인이다.
청와대와 참여정부 출신 의원 모임과 유시민, 김원웅 등 개혁당 출신들이 결성한 참여정치연구회는 범 친노(親盧)계로 분류된다. 문희상 유인태 이광재 등 청와대 출신 의원모임은 이른바 노심(盧心)을 촉매로 당의 정책과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친노 성향을 보이면서도 당내 비주류를 자처하고 있는 참여정치연구회는 그 동안 조기전당대회 등을 요구하며 지도부와 긴장을 높여왔다. 이들은 기간당원 확보 등 일반 당원이 직접 참여하는 당 건설에 주력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추후 당헌 당규 개정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마찰과 대립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들 4개의 계파는 "분파 정치는 없고 상호 보완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일정 시점에선 당 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08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들, 특히 아직은 분명한 소속을 정하지 못한 다수의 초선들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도 이들 계파의 세력 판도와 장래를 결정할 관전 포인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한나라-주류·비주류 "勢싸움"
"당이 곧 쪼개질 것이란 얘기들이 많다." 지난 15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3선의 안택수 의원은 최근 당내 제세력간 갈등 격화를 우려하며 당 주변을 떠도는 탈당·분당설을 언급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격화하는 한나라당 주류·비주류 갈등을 극명하게 상징하는 것이 바로 탈당·분당설이다.
3월 전당대회 직후만 해도 당내엔 주류라 칭할 만한 세력조차 없었다. 박근혜 체제는 남경필 원희룡 의원등 소장파의 옅은 지지만으로 떠받쳐지고 있었다. 이후 김덕룡 원내대표가 등장하면서 주류의 한 축을 이뤘고, 재보선을 거치며 급속히 당을 장악했다. 19일 전당대회로 거의 확실시되는 박 대표 체제의 재등장은 당내 주류 형성의 공고화로 받아들여도 될 듯 싶다.
박 전 대표와 3월 전당대회부터 끈끈한 관계였던 소장파는 이번 대표경선에 원희룡 의원을 후보로 내놓았지만 일찌감치 "박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임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비주류로부터 "이너서클을 구축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세력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현재 비주류측으로부터 "대여투쟁력이 없다"며 사퇴압력을 받고 코너에 몰려있는 형국이다.
주류 반대편에는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 의원 등 3선 3인방 그룹이 있다. 이들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한 뒤 19일 전당대회에는 후보조차 내지 않으며, 바야흐로 노골적인 비주류 노선을 걷고 있다. 이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당내 비판 세력이다.
여기에 김용갑 이상배 이방호 의원 등 영남 보수파 의원들이 최근 '자유포럼'을 발족시키며 지도부 비판과 함께 세 구축에 나섰다. 이들은 김덕룡 원내대표와 소장파들에 대해선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화살이 박 전 대표로까지 향하지는 않는다. 그 점에선 같은 비주류로 분류되는 3선3인방과 다르다. 당 일각에선 3인방과 영남 보수파간 관계를 '오월동주(吳越同舟)'로 부르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차기대권구도와 연계돼 당내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탈당·분당설이다. 3인방이 주축이 된 국가발전전략연구회는 현역의원 회원만 38명으로 '당 내 당'으로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집단 탈당·분당의 모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도 있다. 3인방은 게다가 이명박 서울시장 지지파다. 정반대의 '주류 탈당설'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개혁그룹이 보수파들을 한나라당이라는 부채와 함께 남겨두고 탈당, 새로운 당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멀리는 차기 대권까지 염두해 둔 당내 각 분파간 합종연횡이 전대 이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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