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단독 범행이라는 경찰의 수사발표에도 불구하고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으로 기록될 유영철씨의 범행에는 곳곳에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가장 큰 관심은 유씨의 진술대로 단독 범행인지 여부. 20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살인을 저질렀는데 과연 공범 없이 가능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구기동 고모씨 가족 살인사건에서는 고씨의 노모 강모(85)씨, 부인 이모(60)씨, 아들(35) 등 일가족 3명이 한꺼번에 살해돼 단독범행의 경위가 좀 더 자세하게 밝혀져야 한다.
이달 초 역삼동 한 여관에서 출장마사지사를 감금, 폭행한 혐의로만 15일 긴급체포된 유씨가 왜 연쇄살인 범행 전체를 자백했는지도 의문이다. 경찰은 유씨가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내가 저지른 사건만 26건이나 된다"고 허황되게 말하고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등 갖은 꼼수를 부렸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진술을 계기로 유씨로부터 부유층 노인 및 출장마사지 여성 살해 사건의 진범이라는 자백을 받아냈지만, 당장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 더 중한 범죄의 전모를 털어놓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희생자가 모두 몇명인지도 불확실하다. 경찰은 일단 유씨가 인천 월미도 노점상 살인사건 등 인천, 부산 등지에서 추가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함에 따라 여죄를 추궁 중이다. 출장마사지사 등 전화방 도우미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독립생활을 하고 있고 업무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실종신고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아 추가 희생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씨가 20명이나 살해하고 그 중 11명의 시체를 토막 내 야산에 버리는 과정을 반복했는 데도 목격자는 없었다. 시체가 유기된 봉원사 인근 야산 현장은 산책로 바로 옆인데다 근방에 주택가가 자리잡고 있었고, 적게 잡아도 50회 이상 시체유기가 이뤄졌는데 한번도 들키지 않은 것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