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전윤철 감사원장, 그리고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퇴임 시절 국민은행으로부터 월 500만원씩 자문료 명목으로 급여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이 받은 돈은 공직자 윤리가 새삼 강조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할 때 법조계의 '전관예우'와 마찬가지로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이 부총리는 "재경부를 떠난 지 2년 정도 지나 국민은행 연구소 고문을 맡았고 세금도 다 냈으니 떳떳하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이 전 금융위원장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법적으로 그들의 주장이 맞을 수 있다. 퇴직 후 2년간 유관기관 취업을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 윤리기본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공직윤리의 취지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 그들은 고문 위촉장이나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질적인 활동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보통 봉급생활자의 급여 수준을 훨씬 넘는 월급을 받았다. 그들은 오랜 경험을 가진 막강한 경제관료였고, 퇴임 후에도 적지 않은 정보와 영향력을 갖는 게 보통이다. 언제 다시 요직에 복귀할지도 모르는 전직 고위 관리들에 주는 촌지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국민은행도 문제다. 대표적 은행으로 평소 투명경영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음성적 거래를 한 셈이다. 이들 외에도 몇몇 전직 장관들도 같은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은행이 전직 장관들로부터 무슨 자문을 그리 많이 받은 것인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고위 공직에서 물러난 후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지식과 경륜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별 하는 일 없이 받는 '로비성' 돈이라면 문제가 있다. 공직윤리가 강조되는 시대에 걸맞게 보다 엄격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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