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밑이 빠졌나봐요….”산부인과를 찾은 60대 아주머니가 울상을 지으며 찾아왔다. 그녀는 골반 밑이 쳐진 까닭에 자궁이 질 밖으로 나와 허벅지 사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여성들은 아이를 낳고 나이를 먹으면 골반기능이 저하돼 이처럼 밑이 빠지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여성 골반은 그릇처럼 생겼다. 그릇이 튼튼하면 그 속에 여러 음식을 안전하게 담을 수 있다. 이처럼 골반 안의 장기를 보호하려면 장기를 받치고 있는 골반의 밑바닥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골반 밑바닥은 골반 속 장기를 받쳐주고 보호할 뿐만 아니라 소변, 대변, 월경 등을 배출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흔히 ‘밑이 빠졌다’라고 표현하는데 아이를 여럿 낳았거나, 짐을 많이 들어 골반을 지지하는 밑바닥에 이상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
골반이 받치고 있는 몸의 기관은 방광, 요도, 자궁, 직장 등이다. 그런데 골반이 약해지면 골반 속에 있는 장기에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가 바로 ‘골반기능저하증’이다.
골반 기능이 저하되면 요실금과 배뇨장애가 생기게 된다. 또 가장 심각한 기능 저하증은 자궁탈출이다. 자궁이 질 밖으로 빠져 나와 허벅지 사이에 매달려 있는 경우가 있는데 할머니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설령 자궁이 다 빠지지 않더라도 질 기능이 떨어지고 직장 탈장이 생겨 대변 보기가 힘들고 질이 늘어나 성관계도 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골반기능저하증은 나이가 들어 생기는 증상으로 단정하지 말고 윤택한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평소에 무거운 짐을 들지 말고 심한 운동을 하지 말고 변비를 일으키는 음식은 삼가야 한다.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고 수명도 길어졌다. 좀 더 자주 자신의 몸을 체크하고 병원도 자주 찾는 것이 좋겠다.
/이정노 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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