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은 러시아 태생의 유대인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전세계에서 사랑 받는 화가가 됐죠. 고유 문화에 현대성을 가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한국 작가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장 미쉘 포레이(62) 프랑스 국립샤갈미술관장이 15일 개막한 '색채의 마술사―샤갈'전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샤갈전의 공동커미셔너로 9일 한국에 온 그는 그 동안 작품 운송과 전시 개막 준비, 전시 상태 점검 등으로 긴장된 1주일을 보냈단다. 하지만 개막 이후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을 찾아오는 수많은 관람객을 지켜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포레이 관장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전을 시작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대미술관, 이탈리아 토리노 근대미술관에 이어 열리는 한국의 샤갈 회고전은 정말 오랜만에 샤갈의 작품 세계 전반을 감상할 수 있는, 귀한 전시"라고 강조했다. 그는 샤갈의 삶과 작품 세계를 "전쟁, 폭력 등이 난무한 20세기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만큼 행복, 사랑, 우정 등 삶의 밝은 측면을 그린 작가는 드물다"고 압축하며 "사람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샤갈의 작품이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0여 점 전시 작품 가운데 샤갈의 초기 대표작 '도시 위에서'와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수장고에서 처박혀 50년 가까이 빛을 보지 못했던 '음악' '무용' '문학' '연극' 등 유대인극장 패널화 시리즈, 또 '파란 풍경 속의 부부' '수탉' '비테프스크의 누드' 등을 꼭 챙겨봐 달라"고 주문했다. 또 "샤갈의 작품은 현실을 떠난 시적 세계를 보여주는데, 그런 느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포레이 관장은 퐁피두센터 근대미술관과 파리시립미술관 큐레이터를 지냈고, 2000년부터 샤갈미술관, 피카소미술관, 페르낭 레제 미술관의 관장을 겸하고 있다. 프랑스 니스에 있는 샤갈미술관은 당초 성서를 주제로 한 샤갈의 작품을 전시할 목적으로 1973년 문을 열었고, 공식 명칭도 '국립 마르크 샤갈 성서 이야기 미술관'으로 부른다. 이번 '샤갈'전에도 '야곱의 꿈' 등 구약성서 에피소드를 담은 유화 및 호메루스의 서사시 '오디세이 판화집'에 나오는 석판화 삽화 등 모두 60여 점을 내놓았다.
전시 준비 차 지난해 10월부터 이번까지 모두 3차례 한국을 방문한 그는 "매번 바쁜 일정 탓에 미술관 한 곳 변변히 가보지 못했다"면서 "전시 스태프와 부대끼고 일하면서 한국 사람들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사진 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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