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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늦깎이 주부 테니스 스타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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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늦깎이 주부 테니스 스타 이은정

입력
2004.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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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요?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늦깎이 테니스 스타 이은정(29ㆍ창원시청)을 보면 ‘사랑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는 국내 대학 및 실업팀을 막론하고 유일한 주부 테니스 선수다. 자녀는 아직 없지만 나이는 여자 선수로서는 ‘환갑’에 가깝다. 하지만 그는 요즘 펄펄 날고 있다. 그 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지난해 1월 결혼을 계기로 테니스 인생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은정의 기세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 지난해 말 전한국테니스선수권 우승으로 시동을 걸더니, 올들어 국내대회 2개의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최근 3개 국제대회의 우승컵을 또 따냈다.

지난달 창원 국제여자챌린저대회와 이달 초순 잇달아 열린 국제여자서키트대회 1, 2차전이 그 것. 챌린저대회는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가 주최하는 투어대회보다는 상금규모나 권위 등이 한 수 아래지만, 국제테니스연맹(IFT)이 공인하는 대회. 서키트대회도 챌린저대회와 유사하지만 상금 규모는 다소 적다.

17일 본사 인터뷰실에서 테니스 선수인 동갑내기 남편 김용승(29ㆍ창원시청)씨와 함께 만난 이은정은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자리에 앉자마다 대뜸 물었다.

“요즘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하는 겁니까?”

“남편이 잘해줘서 그런지 결혼한 뒤 마음의 안정을 찾았어요. 올해부터는 계속 컨디션이 좋아요.” 여자 선수에게 운동의 종착역으로 여겨지는 결혼이 오히려 큰 보약이 되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잘 해주느냐”는 질문에 “아침마다 테니스도 같이하고 설거지와 청소 등 집안 일도 함께 해요. 특히 경기가 끝난 뒤 장ㆍ단점을 세세하게 지적해 주니까 많은 도움이 되요. 오히려 이전 소속팀(경동도시가스)에 있을 때보다 운동시간을 2시간 정도 줄였는데 성적은 더 좋아졌어요”라며 연신 남편의 얼굴을 보며 싱글벙글이다.

이들의 신혼생활을 들여다보니 부인으로서는 입이 벌어질만 했다. 테니스를 하며 알게된 남편과는 5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남편은 결혼하자마자 고질적인 발목부상에 시달리는 부인을 위해 물리치료사를 자청, 틈만나면 주물러 주고, 코치 겸 운전기사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남편은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솔직히 집사람이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습니다”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래도 결혼하니까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찔러보았으나, 이은정은 “전 아직 신혼인가 봐요”라며 까르르 웃는다.

이은정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라켓을 잡았다. 당시 실업팀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던 고모의 멋진 모습에 반해 고향인 주문진을 떠나 고모가 있는 서울로 전학, 테니스를 시작했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중ㆍ고교 시절에는 두 차례나 전국대회 우승도 했다.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결혼과 함께 창원시청으로 이적하기까지 팀 사정으로 3차례나 소속팀을 옮겨야 했다. 그런 탓인지 성적도 신통치 않았고, 태극마크도 한번 달아보지 못했다.

“올해 상금으로 얼마나 벌었느냐”고 물었다. “세금 떼고 한 6,000달러쯤 된다”고 했다. “당초에는 상금을 타서 자동차를 사려고 했는데 이제는 달라졌어요. 하반기에 해외 투어대회 참가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 때 드는 비용에 보탤 생각이에요.”

이은정의 현재 세계랭킹은 358위. 이은정은 “주무기인 백핸드 슬라이스를 더욱 가다듬고 부족한 스트로크 파워를 보완, 우선 동남아지역 투어 대회에 출전해 순위를 200위권으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내년에는 그랜드슬램 예선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계획요? 더 뛰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아기를 가질 계획은 없어요.”

이은정은 다음달 단국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체육교육)를 받는다. 현역에서 은퇴하면 체육교수가 되는 게 꿈인데, 이를 위해 지난 2년간 일주일에 두번씩 상경,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중요한 것을 빼먹었다는 듯 한마디 덧붙인다. “제가 운동선수로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지방도시인 창원시가 국제챌린저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것은 테니스를 정말 사랑하는 시청 문화체육과장님의 역할이 커요. 이 멘트를 꼭 넣어주세요.” 말을 마치자마자 약간 미안하다고 느꼈는지 “죄송해~요”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결코 밉지 않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 이은정 프로필

-출신:강원 주문진

-생년월일: 1976년10월27일(양력)

-신체조건: 170㎝, 57㎏

-라켓을 처음 잡은 때:초등학교 5학년

-주특기:백핸드 슬라이스

-취미:농구경기 관람(KCC 이상민의 열렬한 팬)

-좋아하는 음식:삼겹살 제육볶음

-좌우명:항상 최선을 다하자

-가장 좋아하는 테니스선수: 마이클 창(미국ㆍ 작은 체구인데도 서구 선수들과 맞서 열심히 싸우는 모습에 매료됨)

-목표:그랜드슬램대회 예선출전

-학력:서울 소의초교/중앙 여중ㆍ고/한체대/단국대 대학원(체육교육)

-우승경력:

97년 제천 실업연맹전

2001년 제주 실업대회

2003년 전한국선수권

2004년 2월 실업그랑프리

2004년 4월 실업연맹전

2004년 6월 창원 국제여자 챌린저대회

2004년 7월 한국 국제여자서키트 1차 대회

2004년 7월 한국 국제여자서키트 2차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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