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11) 현지(9) 둘 다 반에서 1, 2번이에요. 도대체 왜 이렇게 잘 자라지 않을까요? 머리 하나는 더 큰 같은 반 친구들이 현지를 업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너무 속이 상했어요.”방학을 앞두고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며 성장클리닉을 찾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늘고 있다. 사실 자녀보다는 부모들이 키 문제에 더 민감하다. 딸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은 어머니 김창순씨도 자녀가 살면서 혹시 겪을지 모를 마음의 상처와 차별이 걱정돼 절박한 심정으로 전문의를 찾았다.
# 키가 잘 자랄 수 있나요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정형외과 송해룡 교수는 “같은 또래 어린이 100명을 키 순서대로 세웠을 때 작은 순서로 세번째 안에 해당됐을 때, 성장이 끝난 후 키가 150㎝ 이하인 경우 키가 작다고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진짜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이중에서도 극소수”라고 말했다.
저신장증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아빠 엄마의 키가 작은 경우, 연골무형성증이나 골형성부전증 등 선천적으로 뼈나 성장판 연골에 질환이 있는 경우,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호르몬 결핍, 만성신부전, 염색체 이상인 터너증후군 때문에 오는 경우다.
송 교수는 “가족성 원인이 전체 저신장증의 70~80%를 차지한다”면서 “부모의 키가 작아 저신장이 오는 경우는 병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체질적으로 성장이 2~3년 늦은 체질성 성장지연도 병은 아니다. 실제로 성장호르몬을 사용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신부전증 환자는 10%도 되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라
자녀의 키가 왜 작은지 진단을 받은 후, 비록 병 때문에 키가 작은 것은 아니라도,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여러가지 노력을 할 수 있다.
송 교수는 “키가 큰다는 것은 관절 근처 성장판 연골세포가 자라면서 뼈가 되는 과정”이라면서 “성장판 연골은 성장호르몬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성호르몬이 빨리 분비되면 될수록 반대로 성장호르몬 분비는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아는 초경을 시작한 지 2~3년 후인 14~16세, 남자는 16~17세 전후에 거의 성장을 멈추게 된다.
따라서 성장판이 닫히기 전, 조금이라도 더 성장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도록 자녀를 도울 수 있다. 잘 크기 위해선 무엇보다 양질의 영양공급이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골고루 세끼 식사를 해야 하며, 특히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먹도록 한다. 송 교수는 “단백질은 뼈와 근육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영양소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두부 등에서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유 치즈 멸치에는 칼슘이 많이 들어있다.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을 잘 관찰해 보면 하루에 마시는 우유량이 엄청나다. 우유는 지방이 적은 저지방우유가 좋다. 닭도 기름기가 많은 프라이드 치킨은 되도록 피한다.
‘롱다리’가 되는 데는 운동도 필수적이다. 수영 줄넘기 농구 조깅 배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을 하루 20~30분씩 1주에 5회 이상 하고 무릎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 키 크는데 도움이 된다. 기계체조 씨름 레슬링 유도 마라톤 럭비 등 성장판 연골을 오히려 압박하는 운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는 자면서 큰다’는 말처럼 잠을 설치는 아이는 잘 크지 못한다. 송 교수는 “잠든 지 1시간~1시간 반, 즉 밤 11시~새벽 2시에 성장호르몬이 하루 중 가장 많이 분비된다”면서 “자녀들이 편안하게 잠잘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키 크는 데 주사와 수술이 필요한 경우
가족성 저신장증일 경우에도 성장호르몬 주사가 키 크는 데 도움이 될까. 송 교수는 “치료 적응 대상이 아니면 효과가 없다”면서 “만약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도 1년에 2㎝ 이상 자라지 않는다면 효과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같은 질병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1년 치료비가 700만~1,000만원이나 든다. 치료기간은 2~3년. 송 교수는 “성장호르몬을 맞는 동안만 키가 많이 크고, 맞지 않을 때는 정상 성장속도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꼭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말 키 때문에 고민이 심각한 데다 이미 성장판이 닫혔다면 ‘일리자로프’라는 뼈연장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일리자로프도 관절염, 골수염, 골조송증 등 합병증이 많으므로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송 교수는 “키 크는 기계, 키 크는 한약도 종종 선전에 나오는데, 이에 대한 과학적 논문은 본 적이 없다”면서 “의학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영주 의학대기자 yjsong@hk.co.kr
■ 잘못된 가족 음식습관부터 고쳐야
"어린이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70%나 됩니다."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는 어린이나 청소년의 비만 관리에 방학기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비만치료의 첫 단계는 식이요법과 운동. 아이스크림 햄버거 튀김요리 등을 피하고 요리할 때는 버터보다는 마가린, 우유보다는 탈지유, 계란도 흰자만 쓰도록 한다. 윤 교수는 "비만어린이는 가족의 음식습관 때문에 뚱뚱해지는 경우"라면서 "온 가족이 식사습관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살빼기에 집착, 과도하게 음식량을 줄이면 성장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균형있는 식단을 마련한다.
운동 역시 부모가 함께 해야 아이도 즐겁게 따라 한다. 매일 가까운 공원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수영을 하면 좋다.
12세 이상이라면 약물요법도 병행할 수 있다. 비만치료제 제니칼이 최근 식품의약안전청으로부터 12세이상 소아 청소년 비만치료제로 유일하게 승인받았다. 그동안 소아청소년 비만에는 허가된 약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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