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를 잃어버린 주식시장에서 특정종목을 대규모로 사들였다가 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주가가 오르면 내다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큰손'들의 바람이 거세다.이들의 투자행태가 불법은 아니지만 멋모르고 따라붙는 개미들은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M&A 바람'의 주 타깃은 최대주주 지분이 크지 않고, 유동성이 적은 중간규모의 종목이다. 큰손들이 5% 이상 지분을 매입한 후 규정에 따라 지분변동공시를 하면, '적대적 M&A' 과정에서의 차익을 노리는 개미들이 추격매수에 나서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다. 이후 적당한 시기에 큰손이 지분을 정리하면 결국 뒤따라간 개미들은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사례가 빈발하자 증권거래소는 '위장 M&A'를 집중 감시하는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M&A 테마주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2월 서울식품에 대해 적대적 M&A를 선언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던, 회사원 경규철(22)씨가 지난달 말부터 한국슈넬제약 지분을 대거 매입하며 17%의 지분을 확보, 주요주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2주일 동안 4배 가량 급등했다. 서울식품의 경우와 달리 투자목적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20배 넘게 폭등했던 서울식품의 기억 때문에 슈넬제약의 주가는 9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신촌사료의 대주주였던 지원철씨도 지난달부터 자동차 부품업체인 윤영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지씨는 그 동안 신촌사료, 도드람B&F, 우성사료, 오픈베이스 등의 지분을 사들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올렸던 큰손이다. 지씨의 지분율이 윤영의 최대주주인 김정우 대표의 지분율 11.4%에 근접하면서 윤영의 주가는 지난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밖에 적대적 M&A를 공식 선언하며 지분 매입에 나서 결국 개인 투자자가 최대주주가 된 지니웍스 역시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권거래소 김정수 심리부장은 "위장 M&A 작전 혐의가 짙어 현재 내사를 벌이고 있는 종목이 5∼1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가가 상승하자 추격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속속 피해를 입고 있다. 한국슈넬제약의 주가는 13일 상한가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이후 대량의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하한가를 기록한 후 15, 16일에도 하한가 행진을 계속했다. 12일 상한가 1,100원에 이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는 불과 4일만에 34.1%의 손실을 입어야 했다. 윤영 역시 15일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2일 연속 하락했다.
김 부장은 "얼마 전 주가가 급등했던 금호종금의 경우 대주주가 50%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M&A 가능성이 없었는데도 맹목적인 추격매매가 벌어져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았다"며 "설사 M&A를 공식 선언하고 주식을 매입한뒤 돌연 지분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을 묻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투자자가 현혹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어책"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