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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64>드가

입력
2004.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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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4년 7월19일 프랑스 화가 에드가르 드가가 파리에서 태어났다. 1917년 졸(卒). 은행가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드가는 가업을 잇기 위해 법률 공부를 하다가 이내 마음을 바꿔 미술학교에 들어갔다. 그의 이 회심은 프랑스 조형예술사에는 물론이고 그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83년의 긴 생애를 살면서 드가는 어지간한 은행가 못지않게 돈을 모았고, 어지간한 은행가였다면 얻지 못했을 명성을 얻었다. 게다가, 일생을 독신으로 보냈을 만큼 예민한 자의식과 염세는 은행가보다는 예술가에게 더 어울리는 것이었다.앵그르와 라모트를 사사하며 고전파의 영향을 받았고,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르네상스 예술에 심취했으며, 카페 게르부아에서 마네·르누아르·모네 등과 어울리며 인상파전에 여러 차례 출품하기도 했지만, 드가의 조형세계를 또렷한 카테고리 안에 집어넣기는 어렵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모여있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여럿 걸려 있는 것은 일종의 편의일 뿐이다. 불세출의 소묘 솜씨로 대상의 순간적 포즈들을 정확히 화폭에 옮겼다는 점에서, 드가의 예술세계는 막연하게 자연주의라고 부를 만했다.

드가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이 대뜸 떠올리는 것은 어떤 기법이나 유파라기보다 차라리 소재들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드가의 대표작들은 무희 그림이거나 경마 그림이다. 춤추는 여자나 경마를 소재로 삼지 않은 드가의 대표작으로는 일본 목판 풍속화 양식 우키요에(浮世繪)의 영향이 짙게 읽히는 '압생트'(1876)가 있다. 압생트는 향쑥과 살구씨를 주된 향료로 써서 만든 독주다. 압생트 술잔을 앞에 놓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와 다른 곳에 시선을 보내는 남자가 나란히 앉아있는 카페 풍경을 담은 이 작품은 근대화·산업화의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들을 밀쳐내고 소외시키던 당대 유럽 도시의 한 표상이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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