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용의자 유영철(34)씨의 범행은 유흥업소 여성과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복수심과, 자신이 유전적 질환으로 인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유씨는 유흥업소 여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은 1991년 결혼한 뒤 11년 만에 이혼한 전처 황모(33)씨와 2003년 출소 후 교제하다 헤어진 김모씨가 출장마사지, 전화방 업소에서 일했던 것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그는 2002년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 전처 황씨로부터 이혼소송을 제기당해 결국 이혼에 이르렀고 그 과정에서 11살짜리 아들의 양육권마저 빼앗겼다. 또 출소 후 전화방에서 김씨를 만나 5개월여간 교제를 하면서 청혼까지 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느꼈으나 전과자에다 이혼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청혼을 거절 당했다. 이들에 대한 배신감을 떨치지 못한 유씨는 김씨와 헤어진 직후인 올 3월부터 연달아 전화방, 출장마사지 등 윤락업에 종사하는 여성 11명을 살해했다. 경찰은 "그가 살해한 11명이 모두 전화방 등에 종사하고 있었고 살해한 후 시체를 토막 내는 등 수법이 잔인한 점으로 미뤄볼 때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강한 적개심을 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씨의 또 다른 범행 동기로 부자들에 대한 증오심을 꼽았다. 유씨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듯이 들락거릴 정도로 굴절된 삶을 살았다. 전처와 이혼하게 된 것도 결혼 이후 전과 14범에 이르는 범행으로 수감생활만 7년을 하면서 가정생활이 파탄 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처럼 불우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부자들에 대한 깊은 적개심을 갖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씨가 2003년 9월 전주교도소를 출소 후 불과 13일 만에 범행을 시작해 서울 구기동, 혜화동, 신사동, 삼성동 등 고급 주택가 거주 노인들만을 골라 8명을 잔인하게 살해하면서 금품에는 전혀 손대지 않은 것이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한다.
유씨가 유전인 간질병을 앓아왔다는 점도 범행 동기와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는 간질 증세를 자주 보여 93∼95년 국립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했다. 자신이 14살 때 아버지가 같은 증세로 사망한 데 이어 94년 둘째형마저 같은 병으로 죽자 그는 "나도 이 병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데 뭘 위해 성실하게 살겠느냐"고 가족 등에게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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