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북한 경비정에 대한 경고 포격과 관련, 북측이 우리측 무전 경고에 응답한 사실을 해군과 합참이 보고와 발표에서 빼놓은 것은 분명 중대한 과오다. 정부합동조사 결과 군은 북측이 경비정을 중국 어선으로 속이려 한 것으로 판단해 응답 자체를 무시한 것으로 일단 드러났지만, 남북관계에 민감한 사태의 경위를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은 잘못을 덮을 수는 없다. 따라서 진상과 책임을 엄중히 따져 물어야 한다. 이와 함께 획기적 충돌방지 합의를 이행하는 데 지극히 불성실한 북한의 책임도 좀더 단호하게 추궁해야 한다고 본다.군의 보고 누락이 통신감청기관의 지적으로 뒤늦게 드러난 것은 포격사태 자체보다 심각한 문제다. 군으로서는 교전수칙에 따른 정당한 대응을 강조하는 데 집착한 탓일 수 있지만, 군의 영역을 넘어선 정부 차원의 종합적 판단에 유용한 정보를 임의로 빼놓은 것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기 어렵다. 작전상 혼선이나 과잉대응 의혹은 물론, 대북화해 정책에 대한 의도적 반발설까지 나오게 한 책임이 그만큼 무거운 것이다.
물론 사태의 근본은 북측이 여전히 신뢰구축과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는 데 있다. 북측은 이번에도 경고를 모른체 하다가 포격이 임박한 것을 감지하고서는 기만적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해군은 NLL 침범 북 경비정에는 무조건 경고사격을 하라는 합참 지침에 충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해교전 때 북측 기습에 당한 악몽도 작용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 당국의 군사적 신뢰구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선 대치현장에서는 여전히 한치의 양보 없이 불신과 대결 의식이 지배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현장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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