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날 때 하수들은 습관적으로 카메라부터 챙긴다. 가서도 쉴 새 없이 필름을 갈아 끼우며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나도 언제 거기에 갔었다' 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해보이기라도 하듯 조금만 색다른 풍경이 보이면 그 앞에 서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는 것이다. 그러나 얘야. 여행지의 풍물과 풍경은 사진으로 담아오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아오는 것이란다. 그것이 길 위에서의 추억을 깊게 하고 여행지의 인상을 깊게 한다. 여행을 하며 열심히 카메라를 눌러대는 것은 연속적으로 울려대는 전화를 받으며 책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다.내 경험으로도 그렇단다. 함께 여행을 가 열심히 사진을 찍던 사람에게 나중에 그 여행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으면 대개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나중엔 사진을 보고도 대체 그게 언제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조차 헷갈려 하는 사람도 보았다.
이번 여행, 카메라 없이 한번 떠나봐라. 이제까지의 어떤 여행보다 의미 깊은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에도 몰입이 필요하다. 미리 준비한 것만큼만 보게 되고, 몰입한 것만큼 보게 되는 것, 그것이 길 위의 공부, 여행인 것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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