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신용카드 대란 특감 결과는 현행 금융감독제도의 개편을 권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카드 대란이 정부의 비효율적인 금융감독 시스템과 신용카드사들의 방만한 경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내수 부양책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면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가 뚜렷한 법률적 근거 없이 민간기구인 금융감독원에 금융감독 업무를 맡김으로써 정책 공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400만명에 이르는 개인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카드 대란은 수없이 많은 가정적 비극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지금은 극심한 내수 침체의 직접적 원인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론은 이에 대한 철저한 원인 및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40여건의 사항을 적발했지만, 한 명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었다. 카드 대란이 제도적 결함에 의한 것이어서 문책보다는 제도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너무 관대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지만,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추궁의 한계성은 외환위기 당시 경제부총리 등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와 있어 어쩔 도리가 없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정부의 카드정책이 실패했음이 처음으로 정부기관에 의해 인정됐다. 앞으로 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금융감독 시스템을 바꾸느냐가 시급한 과제다. 무엇보다 여러 곳에 분산되고 중복된 업무에 대한 명확한 영역 구분과 이를 책임지고 총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개방화, 세계화로 금융 산업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금융기업이 날로 복잡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이 분명한 제도가 필요하다. 정부 당국이 효율적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