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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도'넘는 패러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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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도'넘는 패러디 그만

입력
2004.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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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가 화두가 되고 있다. 원래 현실을 풍자하면서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의미의 패러디가 이렇게 주목을 끌게 된 것은 놀랍고도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이다. 영화 포스터를 가지고 이미지를 조금씩 바꿔 현실을 풍자하는 작업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였다. 탄핵 정국 때부터 온갖 영화 포스터 패러디가 나돌았다. '효자동 이발사'에서부터 '사마리아'를 패러디한 '노마리아'에 이르기까지….패러디를 통해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된 듯할 정도로 놀라운 현상이었다. 새로운 문화의 공유, 생각의 공유, 이미지의 전파가 인터넷을 통해서 빠르게 일어났다. 패러디가 꼭 정치적인 이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 '대장금'이 인기를 모으자 그 내용을 패러디한 잡지 '월간 궁녀', '월간 의녀' 등이 나왔다. 저녁 9시 뉴스의 딱딱한 포맷을 그대로 패러디한 '헤딩라인 뉴스'의 폭발적인 인기를 생각해 보라. 인터넷에 떠돌던 '헤딩라인 뉴스'는 아예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에 한 코너로 자리잡기까지 했다.

패러디는 사람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새로운 방식의 아이디어가 번뜩이고, 창의적인 위트가 넘쳐 재미를 주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배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도 최고였다. 그래서 네티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 패러디가 약간 '오버'를 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패러디한 포스터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갔다. 패러디를 만들다 보면 조금 심한 것도 나올 수 있는데 이번 패러디가 그랬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청와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여성 의원들도 이 패러디를 두고는 '여성'보다 '여'에 속하느냐 '야'에 속하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하루 종일 국회에서 이 패러디 포스터 한 장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그런데 패러디 포스터 하나를 두고 정치권이 이렇게까지 들썩인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패러디 같은 현실이었다. 패러디는 그냥 패러디로 봐 주자는 의견에서부터 패러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갔다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 패러디를 이해 못 하는 정치인을 비난하는 의견까지 분분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패러디는 앞으로도 더욱 인기를 끌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이 정보의 생산자가 되기 시작한 때부터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확산되는 문화의 힘은 규제로 막기는 불가항력이다. 패러디가 점점 많아지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 확산이 사회적인 이슈가 될 때, 그것을 규제로 막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현실성도 없다. 인터넷을 통한 문화의 문제는 문화로 풀 수밖에 없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 수준과 양식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확산을 규제로 막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사용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뿜어내는 우리들이 조금 더 성숙한 양식을 지녀야 한다. 교양 수준이라는 것, 그것은 양식당에서 식사할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서로를 조금은 더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창의성이라는 것이 꼭 엽기적이어야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품위를 지키는 위트와 유머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은가. 재미가 꼭 천박해야 할 필요는 없다. 교양 있는 콘텐츠가 반드시 지루해야 할 필요도 없다. 톡톡 튀는 위트와 유머, 풍자는 계속 살리자. 위트와 천박성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잘 밟고 다닐 때 아이디어가 빛나는 것 아닌가?

농담과 유머의 재기발랄함은 살리자. 그러면서도 넘어서는 안될 선은 넘지 않는 교양을 갖춘 패러디를 계속 보고 싶다. 패러디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뒤집어지는, 정말 패러디 같은 현실은 이제 그만이면 좋겠다. 패러디 하나로 뒤집어질 정도로 한가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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