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해운업 진출을 위해 기업들이 발벗고 나섰다.해운업계의 가장 큰 인수·합병(M& A) 물량으로 나온 범양상선 인수전에 국내 해운업체 뿐 아니라 외국업체까지 가세해 치열한 인수전이 펼쳐지고 있다.
15일 범양상선의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범양상선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는 대한해운, 삼성해운, 장금상선, 세양선박·창명해운·대보해운 컨소시엄과 이스라엘 조디악, 싱가포르 IMC, 일본 NYK 등 3개 외국업체, 2개 해외 펀드 등이다.
여기에 금호그룹과 동국제강, 조선업체인 STX, 가스업체인 E1(전 LG칼텍스가스) 등 비해운사 4개를 포함, 모두 13개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재계 서열 10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들이 이처럼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외연을 키우기에 이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1992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02년 졸업, 정상화한 뒤 지난해 총 1조9,771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범양상선을 인수할 경우 단번에 재계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매출액 기준 재계 서열 15위(공기업 포함)인 금호그룹은 범양상선을 인수할 경우 매출규모가 9조원대로 늘어나 재계 순위 7위로 뛰어오른다. 금호그룹은 기존 육상·항공에 이어 해운을 보강해 종합 물류기업으로 비상할 수 있다고 판단, 인수에 남다른 의욕을 보이고 있다. 올해로 창사 50주년을 맞아 물류 산업 신규진출을 천명한 동국제강도 범양상선을 인수할 경우 매출 7조원대를 달성, 10위권대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LG전선그룹인 E1(전 LG칼텍스가스)이나 STX그룹 등도 사업다각화를 통해 회사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할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해운업이 중국 특수와 고유가에 따른 운임 인상으로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이 같은 호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매력적이다.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이나 2위인 현대상선 모두 올 상반기 사상 최대의 호황을 달성했다. 3위인 범양상선도 올해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곡물이나 철광석, 석탄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이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이 부문 1위인 범양상선을 인수할 경우 신규사업 진출에 대한 위험 없이 그룹 전체의 영업실적도 호전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특히 해운업계 호황의 진원지가 중국이고 우리나라가 세계 해운 항로의 중요 물류거점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당분간 해운업계의 호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조건 때문에 외국 업체들도 국내 해운업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