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확률 47%. 배를 가르고 고환과 림프 혹을 떼낸 뒤에도 평생 한 주에 한번씩 테스토스테론 주사로 연명하는 삶. 요트 선수 케빈 홀(35ㆍ미국)은 세 차례의 지독한 수술 끝에 살아 남았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여신 아테나의 도시’에서 암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 승리’를 꿈꾸면서...아테네올림픽 요트 1인승 핀급에 출전하는 홀은 10년 넘게 고환암과 싸우고 있다.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일주도로사이클대회) 첫 6연패를 향해 페달을 밟고 있는 ‘사이클의 황제’ 랜스 암스트롱(32) 역시 고환암을 앓았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시작한 요트는 홀에겐 인생 그 자체였다. 17살 때 이미 첫번째 세계타이틀을 따내는 등 두드러진 실력 덕분에 요트선수로 브라운대에 입학했다. 대학 1, 2학년(1988, 89)때 모두 ‘미국의 요트선수’로 이름을 날리며 승승장구하는 그에게 불행이 스민 것은 고환암 판정을 받은 1990년.
수술을 받은 뒤에도 그는 “아직 젊다. 쓰러질 수 없다”며 자신을 다그쳤고 91년 북아메리카 레이저급 챔피언에 오르면서 다시 그 해의 ‘미국의 요트선수’가 됐다. 그리고 올림픽 무대를 밟기 위해 고통을 참아냈다. 92바르셀로나 선발전에 나갔지만 8위에 그쳤고 지독한 훈련 탓인지 두 차례의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의 이름이 잊혀질 무렵인 95년 그는 한 클럽대회에서 43척의 요트를 제치고 승리해 재기에 성공했고, 96애틀랜타올림픽을 향해 돛을 올렸지만 아깝게 대표 선발전에서 5위에 그쳤다.
아이들의 요트 강습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였다. 그리고 올 2월 남몰래 땀 흘린 1년 동안의 훈련 끝에 아테네 대표선발 요트 1인승 핀급에서 우승하며 마침내 꿈을 이뤘다.
넘어야 할 장벽은 하나 더 있었다. 그 고민의 몫은 IOC에게 돌아갔다. ‘금지 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하는 선수를 출전 시켜도 되는가’였다. 수많은 국제 스포츠 기구의 검토 끝에 위원회가 구성되고 홀의 의학 경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다.
결국 홀은 최근 IOC로부터 치료상 사용 특전(TUEㆍTherapeutic Use Exemption) 증서를 받았다. 테스토스테론은 일반선수에겐 부정의 상징이지만 홀에겐 생존의 최소 조건임을 인정한 셈이었다. 모두들 그가 ‘인간승리’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지만 정작 홀은 차분하고 담담하다. “선수는 운동에만 전념할 뿐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 케빈 홀(Kevin Hall) 약력
생년월일 1969. 9. 11
출생지 독일(현주소 캘리포니아 벤추라)
소속 벤추라 요트 클럽
키 183㎝(6피트)
취미 체스, 비행, 유소년 요트강습
학력 벤추라고-브라운대 명예졸업
경력 세계주니어선수권 1인승 요트 챔피언(1986)
미국주니어선수권 2인승 챔피언(1987)
북아메리카 레이저급 챔피언(1991, 95)
시드니 프레올림픽 2위(1998)
북아메리카챔피언십 3위(2001)
세계선수권 동메달(1997,98,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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