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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추운' 적도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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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추운' 적도의 겨울

입력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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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가 적도에 걸쳐 있는 나라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나이로비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달려가면 적도 지점이 나오는데 적도임을 알리는 팻말이 단출하게 서 있을 뿐이다.현지인이 항상 그 옆에서 낡은 대야와 물을 갖다 놓고 약간의 실험으로 돈벌이를 하는데 간단하지만 흥미롭다. 한국과 나이로비의 화장실물을 내렸을 때 돌아 내려가는 방향이 반대라는 것은 우리가 별로 의식해 보지 않은 문제지만 재미있는 과학 상식인 것이다.

적도를 기준으로 북반구인 한국이 한창 여름인 것과는 반대로 지금 나이로비는 겨울의 한 중심에 서 있다. 아프리카의 겨울은 상상이 잘 안 될 것이다. 적도 근방인 동남아가 겨울에도 덥듯이 더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대가 낮은 해안도시 몸바사도 한겨울에는 물놀이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나이로비는 해발 1,700m로 연중 18∼28도를 유지하지만 한겨울에는 그 이하로 내려가는 것 같다.

나이로비의 겨울은 한국의 봄, 초여름, 가을 날씨가 섞여 있다고 보면 적당할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고 낮의 햇볕 아래에서는 적도의 자외선 때문에 따갑다. 그늘진 곳의 풍경은 꼭 늦가을 같고 해가 있는 곳은 봄, 초여름 같다. 하루에도, 같은 시간에도 여러 계절이 동시에 펼쳐진다.

한국에선 동남향 집을 선호하지만 케냐는 반대이다. 북향이 이상적이다. 개인 주택에는 벽난로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거실뿐이고 방에는 그나마도 난방시설이 따로 없다. 아파트는 창이 많은데 한국식의 밀폐형이 아니라 더 추운 것 같다.

밖에는 햇살이 뜨거워도 집안은 한기가 몸에 스며들 정도로 춥다. 첫해에 서울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 있던 나는 너무 추워 고생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지금은 현지 시장에서 구호물자를 싸게 구입하여 두툼한 웃옷과 조끼로 중무장하고 가뿐하게 겨울을 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의 덥고 건조한 아파트 생활이 오히려 불편할 것 같으니 인간의 적응력과 간사함이 놀라울 뿐이다.

작년에 8월초쯤 마사이마라에 사파리를 갔는데 새벽과 밤에는 상당히 추웠다. 우리는 텐트형 롯지를 선택했는데 말이 텐트형이지 그 안에 화장실, 샤워실 등 모든 시설이 호텔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바람이 스며들어 추웠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들어오면 그 사이에 핫팩을 침대 안에 넣어 주는데 참으로 요긴했다.

사파리에서 핫팩 없이는 밤에 자기 힘들었던 것처럼 나이로비에서 전기담요 없이는 겨울나기가 참으로 힘들다. 따가운 창문 밖 햇살을 바라보면서 전기담요를 틀고 두꺼운 솜이불을 덥고 있는 모습이 나이로비의 겨울을 단편적으로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류은숙 케냐 /(주)대우인터내셔널 나이로비 지사장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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