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역사마이클 하워드, 로저 루이스 엮음ㆍ차하순 옮김
이산 발행ㆍ2만9,000원
우리는 이제 막 21세기에 접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20세기를 돌아보고 21세기를 전망하여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느니, 자신이 사는 시대의 역사를 모르고는 제대로 살 수 없으니 20세기의 역사를 아는 것은 필수적인 요청이라느니, 거창하게 말하겠지만 그다지 절실하게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일들을 잊고 산다. 먹고 살기 바빠서, 새로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일들이 매일 터져서, 나하고는 직접 관계없는 일이니 오래 기억할 필요가 없어서, 이유야 어떻든 빨리 잊어버리고 산다.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생활양식이요,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삶의 태도라면, 그렇게 살면 된다. 더 이상 역사인식이 무엇이며, 역사서술의 객관성은 어떻게 확보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어떤 역사의식을 갖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지 따지고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냥 마음 가는대로 최대한 편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동물의 삶이지, 인간의 삶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그럼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삶을 인간이 꾸려가는 자연사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써가는 역사라는 기술(記述)의 부분들에 참여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지, 방관자로만 머물려는 것은 우리가 동물의 삶을 보고서 이에 대해 기술하는 것이 동물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듯이, 인간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개인의 삶들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자연사를 기술하는 역사는 개인의 삶에 대한 서술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삶의 한 부분이 된다. 여기서부터 역사인식과 역사에 대한 책임이 생겨난다. 개인의 삶은 우리들의 삶으로 확장되며 그 개인은 역사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
‘20세기의 역사’는 독자에 따라 읽기에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책이지만, 자연사의 일부인 인간의 삶을 여러 시각에서 기술하여 전달하려는 책이다. 20세기 인간이 행한 활동을 여러 주제와 측면에서, 또한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서 그려내어 다양한 그림들로 제시하며, 아울러 21세기에 남긴 유산도 제시하는 그림책자이다.
어떤 그림은 독자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다양한 그림을 제시하는 이 책이 지닌 장점이기에 관심이 없는 그림이 있더라도 끈기를 갖고 읽으면, 이것이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커다란 그림을 가지고 살아가고픈 바람에서 이 책을 권한다.
/전응주ㆍ이제이북스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