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개인저축률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저축률 격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공적연금과 사회보험이 중산·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이 계층 간 저축률 격차 확대의 주 원인으로 지적됐다.LG경제연구원은 15일 '저축률의 빈부격차 확대'라는 보고서에서 "빈부 간 저축률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빈부 격차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소득층은 부의 대물림, 저소득층은 빚의 대물림 현상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연구원은 통계청의 가계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시근로자 가운데 소득 상위 30%의 저축률은 1997년 37%에서 올 1분기 35%로 2%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친 반면, 소득 중위 40%는 27%에서 15%로 12%포인트, 하위 30% 계층은 9%에서 -12%로 21%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저축률이란 소득에서 세금이나 국민연금 등 각종 비소비성지출을 제외한 가처분소득 가운데 소비를 하고 남은 돈의 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저축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가처분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다는 것으로, 빚을 내서 소비를 한다는 얘기다.
연구원은 이 같은 계층 간 저축률 확대에 대해 외환위기 이후 계층 간 소득격차가 벌어진 탓도 있지만, 공적연금·사회보험 등에 대한 부담이 저소득층일수록 더 크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저소득층의 경우 공적연금 등 비소비성지출의 부담 가중으로 가처분소득(소득-비소비성지출) 자체가 줄어든 반면, 소비지출은 갑자기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저축률 하락이 더 컸다는 얘기다.
실제 올 1분기 소득 중위 40% 계층이 납부한 공적연금은 소득의 2.9%로 소득 상위 30% 계층의 2.8%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또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부담액은 하위 30% 계층이 소득의 2.3%인 반면, 소득 중위 40%와 상위 30%는 각각 1.9%와 1.6%에 불과했다.
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세금은 고소득층일수록 부담의 정도가 큰 누진체계로 짜여져 있지만, 공적연금이나 사회보험은 저소득층일수록 오히려 소득 대비 부담이 큰 역진체계로 돼 있어, 저축률의 빈부격차 확대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 경우 빈부격차가 고착화할 수 있는 만큼,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저축률 회복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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