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 판례를 거듭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로 생긴 혼선은 법원 차원에서는 일단 정리됐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어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법과 제도의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더욱 절실해 졌다.이번 판결이 주목 받은 직접적 계기는 하급심 재판부가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를 벗어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 관련사건에 처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여기에 판례가 나온 지 30여년이 지났고 안보환경과 인권의식도 변한 사정에 비춰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할지 모른다는 예상이 관심을 높였다.
대법원은 이런 예상 또는 기대와 달리 관련사건 피고인의 유죄를 확정하면서, 양심의 자유가 국방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고수했다. 또 대체복무 허용여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원재판부 대법관 12명 가운데 한명이 반대의견을, 5명이 대체복무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것이 두드러진다.
이 문제에 대한 찬반 논리를 되풀이 거론할 계제는 아니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다른 사안과 관련해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과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는 극단적 선택보다는 둘을 적절히 조화시켜 병존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밝힌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본다. 외국이 일찍부터 도입한 대체복무제는 바로 이 조화와 병존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한 사회적 지혜의 산물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법원도 지적한 입법적 재량을 발휘할 여지는 봉쇄한 채 헌법재판소의 결정만을 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사법부에 앞서 국회를 중심으로 사회가 함께 시대 변화에 걸맞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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