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러프와 변덕스런 날씨, 콘크리트 같은 그린과 키를 넘는 벙커.올 시즌 3번째 '별들의 전쟁'인 제133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총상금 400만파운드)가 15일(한국시각) 막을 올렸다.전날 내린 비로 페어웨이와 그린이 촉촉이 젖은 스코틀랜드 에이셔의 로열트룬링크스(파71ㆍ7,175야드)의 1번홀(파4). 잔잔한 남서풍이 부는 가운데 오후 2시30분 피터 오말리(호주)의 티오프를 시작으로 155명의 영웅들이 '클라레 저그(Claret jugㆍ 은술주전자)'를 향해 힘찬 첫발을 내딛었다. 1,2라운드를 거쳐 컷을 통과한 70명만이 3,4라운드에 진출, 클라레 저그의 주인을 가린다.
브리티시오픈에 5번째 출전한 '탱크' 최경주(34ㆍ슈페리어)는 이날 이글1개, 버디4개를 뽑아내고 보기ㆍ더블보기를 각각 1개씩 곁들여 3언더파 68타를 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코리아 돌풍'을 예고했다. 첫날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목표로 삼은 '톱 10'진입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주는 1~3홀에서 줄 파를 잡아낸 뒤 4번홀(파5ㆍ560야드)에서 천금 같은 이글 퍼트를 떨구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이어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코스를 통틀어 가장 긴 홀인 6번홀(파5ㆍ601야드)과 이어 11번홀(파4ㆍ490야드)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선두권으로 진입했다.
전반에서 3타를 줄인 최경주는 10번홀(파4)을 파세이브한 뒤 연이은 11번홀(파4·490야드)에서 또다시 버디를 성공시키며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하지만 로열트룬은 호락호락 하지않았다. '여우(The Fox)'로 불리는 12번홀(파4ㆍ431야드)은 최경주에게 더블보기만을 허용하며 2언더파로 밀어냈다.
그러나 최경주의 뚝심은 위기에서 빛났다. 13번홀(파4ㆍ472야드)에서 1타를 줄인 뒤 15번홀(파4ㆍ483야드)에서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맞은 1.3m짜리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와 공동선두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17번홀(파3·222야드)에서 1타를 까먹은 최경주는 마지막 18번홀(파4ㆍ457야드)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했으나 아깝게 홀을 빗나가 파로 만족해야 했다.
오후7시41분 출발한 허석호(30ㆍ이동수패션)는 3번홀을 마친 현재 1언터파로 기분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16번홀까지 4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달리던 엘스는 최경주가 1타를 까먹은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2타를 까먹은뒤 마지막 홀도 파로 마감해 2언더파 69타에 그쳤다. 엘스는 파3 8번홀(123야드)에서 날린 티샷이 홀근처에 맞은 뒤 컵으로 빨려들어가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한편, 게리 에번스(영국)가 알바트로스의 행운을 잡아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에번스는 첫 티오프조에 편성돼 3번홀까지 파 행진을 벌이다가 최경주가 이글을 잡은 4번홀(파5·560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친 세컨드샷을 그대로 홀에 떨궜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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