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년 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이후 또 다시 칸에 입성함으로써 한국은 새 영화강국으로서 입지를 굳히게 됐다.하지만 지난 6월 4일 대종상 시상식에서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독립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작품상을 수상한 일은 더 큰 경사라고 생각한다. 시상식을 지켜봤던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올드보이' 같은 대박 영화들을 아마 작품상 후보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상이 '봄 여름…'에 돌아가자 언론과 네티즌들은 한결같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 '봄 여름…'의 손을 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일반 관객 심사위원단이었다. 제41회 대종상 영화제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불거졌던 불공정 심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 50여 명을 심사위원단으로 위촉해 이들의 심사 결과를 예심 과정에 반영했다. 100억원 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초대형 블록버스터 대신 순 제작비 10억원의 소박한 독립영화를 택한 이번 심사위원단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한국 영화계에 뭔가 작지만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영화상품의 주 소비층인 20대 젊은 관객들도 더 이상 유명배우가 출연하거나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블록버스터 영화에만 우르르 몰릴 것이 아니라 '봄 여름…'같은 작품성 있는 저예산 독립영화에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
지난 3월 개봉된 '봄 여름…'은 1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찾아주는 이가 없어 고작 1주일 정도 영화관에 걸려 있다 내리고 말았다고 한다. 이 영화뿐 아니라 작품성을 인정받은 대부분의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관객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20대 관객들이 블록버스터 영화에만 몰리고 다양한 소재의 작품성 있는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외면한다면 1,000만 관객 시대를 맞이한 한국 영화의 전성기는 1990년대 홍콩 영화의 전성기 때처럼 한 순간의 거품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한국 영화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 이제 20대 젊은 관객들이 작품성 있는 다양한 소재의 저예산 독립영화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수용 서원대 지리교육과 2학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