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박물학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작가정신 발행, 2만2,000원
우리는 늘 감각하며 살고 있지만 막상 ‘감각이 뭐냐’는 물음을 받으면 답하기가 쉽지 않다.
감각은 개체로서의 생물을 외부와 잇는 유일한 통로다. 생명유지를 위해서는 위험을 피하고, 먹이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 생존수단이기도 하다. 감각의 생물학적 기능은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더욱이 감각을 통한 정보 획득과 축적이 없다면 이성이 있을 수 없고, 감각을 통한 ‘밖’의 인식이 없다면 자기존재를 깨달을 수도 없다. 또 인간에게 감각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며, 감각을 즐겁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개발돼 왔다.
‘감각의 박물학’은 후각과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 등 인간의 모든 감각을 어원과 물리ㆍ화학적 작용 메커니즘, 생물학적 진화과정, 문학과 예술에서의 표현사례, 문화적 인식차 등 다양한 관점에서 두루 살핀 책이다.
문학과 철학, 역사와 과학, 인류학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어 원제(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ㆍ감각의 자연사)보다 한글판 제목이 낫다.
다방면에 걸친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교양이 놀랍고, 문학적 상상력이 넘치는 깔끔한 글이 매력을 더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감각을 즐기는 방식이 문화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만 이용하는 방식은 똑같고, 시간적 거리를 훌쩍 뛰어 넘어 아득한 과거와 현재의 감각이 놀랍도록 일치함을 밝힌다.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한꺼번에 버무려 놓아 읽기가 만만찮은 책이지만 동물과 곤충의 생태, 인체의 신비에 대한 적잖은 상식을 얻을 수 있다.
‘겨울철에 수만 마리의 벌이 벌통 속에 무리 지어 있다. 가운데 벌들은 온도가 내려가도 따뜻하지만 바깥쪽 벌들은 추워진다. 그러면 벌들은 발을 차며 빠르게 날갯짓을 한다.
바깥쪽 벌들의 동요는 무리 전체에 퍼져나간다. 무리 전체의 노력이 조화를 이루면 상당한 열이 발생한다. 그 결과 온도가 올라가고 벌은 조용해 진다. 다시 온도가 떨어지면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한다.’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수필처럼 무심히 읽어 내려가도 글맛에 취할 수 있다.‘냄새보다 기억하기 쉬운 것은 없다. 어떤 향기가 순간적으로 스쳐가면 덤불 속에 감춰져 있던 지뢰처럼 기억은 슬며시 폭발한다. 냄새의 뇌관을 건드리면 모든 추억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수많은 영상이 덤불 속에서 튀어나온다.’
‘우리는 마음속 깊이 생명은 생명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을 취하여 향연을 벌인다. 혀에 감도는 맛은 저 험한 도덕의 땅을 건너게 하고, 공포를 입맛에 맞는 것으로 만들며, 이성으로는 합리화할 수 없는 모순을 달콤한 유혹의 정글 속으로 녹아 들게 한다.’
향긋한 냄새와 달콤한 맛, 아름다운 색깔과 소리, 따스하고 포근한 감촉, 그리고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울려 빚어내는 행복에 젖어볼 수 있는 책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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