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주류·비주류간 내부 갈등이 15일 또다시 분출했다. 이날 오후 5시간동안 이어진 마라톤 의원총회에서 비주류는 김덕룡 대표권한 대행 등 지도부를 향해 "투쟁하지 않는 야당은 필요 없다"며 "지도부는 전당대회 이후 사퇴하라"고 총공세를 폈다.이날 의총에선 보수파들은 작심한 들 줄줄이 단상에 나와 격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용갑 의원은 "내가 한나라당에 남아있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며 "노무현과 싸우겠다던 김 대행은 천정배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홍준표 의원은 "편안히 집안 일하던 사람은 개혁파로 인정 받고, 열심히 대여 투쟁하던 사람은 비주류로 소외당하고 등에 칼을 꼽혔다"며 주류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안상수 의원은 "원내대표는 폼만 잡고 총리와 여당이 노골적으로 야당을 깔보는데도 입을 닫고 조용하다"며 "오늘 당장 사퇴해달라"고 직격탄을 쏘았다.
초선의 박찬숙 의원도 "이건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창피해서 스포츠 센터도 못 간다"며 "한나라당을 선택한데 대해 자괴감이 들고 지금 그만 둘 것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이방호 의원은 "수도이전 문제 등 분통터지는 일이 너무 많은데 야당은 도대체 무얼하느냐고 국민은 묻고 있다"고 성토했다. 안택수 의원은 "당이 두쪽으로 쪼개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나라당이 정신 못차리면 대한민국이 박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비주류 의원들은 "19일 전당대회 이후 당3역 등 현 지도부가 어떻게든 거취를 표명해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비주류의 소나기 공세를 굳은 표정을 지켜보던 김 대행은 의총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진퇴여부를 일단 나에게 맡겨달라"고 말해 19일 전당대회 이후 거취표명이 주목된다.
이 같은 비주류측의 반격공세는 수도이전, 의문사위, 고비처 등 현안에 대처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 예결위 상임위화 지연 등이 표면적 이유지만 영남·보수층의 당내 입지축소에 대한 위기감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상임위 배분 과정에서 TK출신들이 기피 상임위인 법사위, 과기정통위에 대거 배치됐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비주류·보수 성향 의원들이 '자유포럼'이란 이름으로 당내 세력의 조직화에 나선 것은 향후 사태 전개에 있어 심상치 않은 전조다. 이 모임에는 김용갑 정형근 김기춘 이방호 최병국 이상배 안택수 이재창 이인기 김광원 김재완 김태환 의원 등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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