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박성호 지음, 김동성 그림
사계절 발행ㆍ9,500원
여름은 매미들이 열심히 합창하는 계절이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매미 노래를 듣는 건 예전에는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농촌에서는 매미가 나무와 열매를 망치는 해충이라고 미워하고, 도시의 매미들은 밤에도 안 자고 시끄럽게 울어서 욕을 먹는다. 매미들이 왜 그럴까. 또 매미는 정말 그렇게 못된 놈들일까.
하지만 매미는 참 불쌍하다. 애벌레 상태로 땅 속에서 4, 5년을 보내고 밖으로 나와 겨우 보름쯤 살다 죽는다. 매미가 우는 건 죽기 전에 짝을 찾으려고 악을 쓰는 것이다.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는 도시 매미들이 어떻게 사는지 자세히 관찰해 동화처럼 엮은 책이다. 도시 매미들의 생태 다큐멘터리 ‘한여름의 기록_반포 매미’를 제작했던 박성호씨가 썼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어른 매미가 되어 알을 낳고 죽기까지 매미의 일생을 초등학생 병규의 눈으로 따라 간다.
서울의 아파트에 사는 병규도 매미가 싫었다. 그래서 어느날 현관에 떨어져 있는 매미를 보고는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울어대더니 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미가 버둥대다 죽는 것을 보자 가여워진다.
매미의 삶과 죽음이 궁금해진 병규는 그날부터 관찰을 시작한다. 병규의 관찰은 매미 알이 겨울을 나고 부화하는 이듬해 여름까지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매미가 도시에서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얼마나 눈물겹게 몸부림치는지 차츰 알게 된다. 매미가 불쌍하고 기특해서 울고 웃으면서 보잘 것 없는 곤충도 얼마나 소중한 생명인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내용이 알차면서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매미의 생태를 알려주는 자세한 정보는 본문과 따로 만들어 넣었다. 매미의 짝짓기, 애벌레의 땅 속 생활, 매미의 한살이, 매미의 천적, 시끄럽게 운다고 욕 먹는 말매미가 많아진 까닭 등 알짜배기 정보를 담았다.
17년마다 북미지역에 나타나는 공포의 매미 떼, 시계라도 찬 듯 똑같은 시간에 땅을 뚫고 올라와 허물을 벗는 매미 애벌레들의 신기한 습성 등 흥미로운 사실들도 소개한다.
병규가 그랬던 것처럼, 매미를 미워하던 친구들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힘내라, 매미야” 하고 말하게 되지 않을까.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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