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국방연구원 등 국내 주요기관을 해킹한 중국인 해커 용의자 중 일부가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해킹 사건이 국가 간 사이버 분쟁으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이 용의자가 미군 부대까지 해킹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한·중·미 3국 간 외교분쟁으로 비화할 소지도 다분하다.현재 한국어를 구사하는 중국인 해커 용의자 A(29)씨는 이름 나이 주소 학교 등 구체적인 신원이 이미 파악됐으며, 나머지 여러 명의 해커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수사가 진척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지금 한국에 있다면 즉각 구속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혀 A씨가 국내 정부기관의 컴퓨터에 침입해 정보를 빼내간 경로 등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해커조직과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관련 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해커의 소속 학교와 주소 등 상세한 신상을 파악했으면서도 군인 여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어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감안, 섣불리 공개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A씨가 민간인이라면 급속히 확산 중인 '중국 당국의 개입 의혹'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A씨는 중국 남부 인민해방군 산하의 한 외국어학원(단과대학 수준)에서 한국어를 수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군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이 학교 학생 상당수가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이며, 우리 군도 1999년부터 매년 육·해·공군 장교를 파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커가 여러 명이며 치밀하고 조직적인 해킹이 이루어졌다는 점도 군 조직의 개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A씨가 만일 군인 신분으로 공식 확인될 경우 중국 당국이 이번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 받을 수 있어 첨예한 외교대립이 불가피하고 한·중 관계 또한 급속히 악화할 전망이다.
게다가 한국 일본 독일 싱가포르 호주 등 5개 해외주둔 미군사령부의 인터넷과 컴퓨터도 비슷한 시기에 해킹을 당한 것으로 전해져 국내 정부기관을 공격한 해커조직과의 관련 여부가 주목된다. 만일 동일 조직이 한국과 미국의 정부기관을 목표로 삼은 것이라면 그 규모나 의도로 볼 때 한반도 안보상황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미군은 우주사령부(SPACECOM) 산하 육군 예하부대 컴퓨터 여러 대가 지난 2월 중순 한국의 2개 IP를 경유해 해킹 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3월 한국 경찰청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과 미국 정부기관을 해킹한 용의자가 중국 군인으로 드러날 경우 한·중·미 3국 간의 심각한 외교문제로 비화, 한반도 안보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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