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은 14일 동성결혼을 금지하기 위해 결혼을 남녀간의 결합으로 한정한 헌법 개정안에 대해 토론을 끝내고 찬반 표결에 붙일 것을 요구하는 동의안을 50 대 48로 부결했다.표결 결과 토론 종결에 필요한 60표에는 12표가 모자랐으며 개정안 통과에 필요한 67표에는 19표나 못미쳤다. 존 매케인 (애리조나) 등 공화당 소속 의원 6명이 당론과는 달리 반대표를 던졌고 민주당에선 3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이로써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 아래 공화당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본안에 대한 표결에도 이르지 못한 채 이번 회기에서 폐기됐다.
공화당의 헌법 개정안 상정은 동성결혼의 헌법적 판단을 떠나 다분히 11월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를 띠고 있었다. '사회적 타락'을 경계하는 미 보수세력의 압박 속에 부시 대통령은 최근 일부 주정부와 시정부의 동성결혼 허용 추세를 원천 봉쇄하는 방법으로 헌법상에 결혼을 이성간의 결합으로 못박아두자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여기에는 최근 동성결혼에 대한 진보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국민의 주류는 동성결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반영됐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대선 전에 이 문제를 쟁점화할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과의 차별성을 부각,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부시 진영의 판단이다.
이 점에서 찬성보다는 반대 의견이 많았고 공화당내의 '이념적 분열상'까지 드러난 표결 결과는 부시 대통령에게 일정한 타격을 안겨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패배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동성결혼 문제를 계속 부각할 경우 보수층 표를 결집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이 뚜렷이 갈린 이번 선거에는 각자의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이념적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성 결혼은 반대하지만 허용 여부는 주 정부의 판단에 맡기자"는 케리 의원의 어정쩡한 입장을 공격함으로써 케리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동성결혼 문제를 쟁점화하는 부시 진영의 노림수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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