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고 못생긴 여고생 모두(조정린)와 그의 ‘얼꽝’ 친구들인 슬기(박슬기) 미미(홍지영)로 구성된 ‘시루떡 시스터즈’의 좌충우돌을 그린 MBC ‘두근두근 체인지’(극본 신정구ㆍ연출 노도철)는 ‘청춘 시트콤’이라는 수식어와 영 어울리지 않는다.요즘 제일 잘 나간다는 신세대 스타들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오히려 연기경력이 전무하거나 신인에 도무지 주인공으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외모의 조정린, 홍지영, 박슬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간대도 일요일 오후 1시 10분이다.
어딜 봐도 성공할만한 구석이 없는 ‘위험한 시도’는 결과적으로 작은 성공을 이뤄냈다. 5월 2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두근두근 체인지’의 평균 시청률은 10%대. 불리한 시간대를 감안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연출을 맡은 노도철 PD는 “기존 한국 시트콤의 구조와는 다른 ‘두근두근~’만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고 싶었다”며 “드라마 못지않은 야외촬영, 색다른 결말 등이 먹혀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근두근 체인지’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루떡 시스터즈’가 있어서 였다.
●뚱뚱하고 못생긴 건 알지만 외모 콤플렉스는 없다-조정린
‘두근두근~’에서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마법 샴푸를 써서 4시간 동안 아름다운 소녀 신비로 변신하는 모두 역이야.
참 운이 트인 경우지. 믿지 못하겠지만 원래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려서 말수도 적은 편인데다 원래 꿈이 연예인도 아니었거든. 그런데 우연히 ‘팔도모창대회’에 출연한 내 모습이 가수 이선희 언니 눈에 띄어 활동을 시작했고 이렇게 시트콤 주연 자리까지 맡게 됐어.
‘두근두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나랑 모두랑 어떤 점이 비슷한 점이 많냐고 물어봐.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게 닮았지 뭐. 하지만 난 모두처럼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거나 속상해 하지는 않아.
그냥 내 자신을 인정하고 ‘그래도 난 귀여워’라고 믿는 거야. ‘두근두근~’ 홈페이지에 기억을 잃더라도 외모가 예뻐진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설문조사에 대다수의 사람이 그래도 좋다고 대답한 걸 보고 깜짝 놀랬어. 내가 내 자신으로 여러사람에게 사랑 받듯이 언제까지나 모두가 모두였으면 좋겠어요.
●알고 보면 진짜로 공주병-박슬기
‘누가 나의 외모를 따라가겠어’라는 말이 나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 또 있어? 사람들은 내가 ‘두근두근~’에서 공주병에 걸린 못난이 슬기를 연기하는 걸 보고 웃겨 죽겠다고 하더라. 난 정말 내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우리 엄마는 ‘슬기야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엄마가 성형해 줄게’라고 하시는데 정작 나는 만족하고 사는 편이야.
이만하면 개성있는 얼굴 아닌가? 난 공부도 제법 하는 편이야. 지금 원주에 있는 북원여자고등학교에 다니는데 전교에서 8등은 해. 물론 학생수가 100명 밖에 안 되지만 말이야. 게다가 ‘두근두근~’과는 달리 실제로는 시루떡 시스터즈가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좀 되는 애들이랑 친구로 지내.
물론 난 아직 고등학생인데다 신인이야. 정린 언니처럼 나도 팔도모창대회에 나가서 가수 박정현과 과학교사 장하나 선생님 성대묘사를 해서 얼굴을 알렸지. 가수도 연기자도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중학교 1학년 때는 방학 때마다 서울로 올라와서 가수 오디션을 봤었어 2학년 때는 ‘가시고기’ ‘어린왕자’ 같은 연극에 출연했었어.
●똥깨의 순자부터 '두근~'의 미미까지-홍지영
‘위풍당당 그녀’에서 배두나에게 면도칼 씹어 뱉었던 여자깡패 기억 나? 모르겠다고? 그러면 영화 ‘똥깨’에서 정우성을 짝사랑하던 유흥업소 종업원 순자를 떠올려봐. 그게 바로 나야. 그때 어땠냐고? 말도 마. 부산에 있는 경상대 방송연예과 졸업하고 연기하겠다고 그냥 ‘깡’으로 올라와서 엑스트라, 재연배우 가릴 것 없이 일하다 오디션 봐서 된 역할이라 정말 열심히 했어. 돈 1,000원이 없어 먹고 싶은 포도를 못 사먹을 정도로 가난했던 때였는데 기획사를 잘못만나 사기까지 당했어.
그래도 엄마ㆍ아빠 없이도 강하게 사는 극중의 미미처럼 나도 일어섰어. 쓰러지지 않았던 건 ‘두근두근~’의 힘이 컸어. 친구들은 너는 역할을 해도 왜 다 시루떡 같은 그런 걸 하냐고 하지만 얼굴이 못생겼지만 언제나 꿋꿋이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미미 캐릭터가 나는 무지 좋더라. 정린이랑 슬기랑 같이 연기해 볼 수 있는 것도 소중한 기회였고.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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