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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잘 먹는 걸로 효도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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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잘 먹는 걸로 효도하는 아들

입력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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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장에 자두는 나도, 자두의 원조가 되는 재래종 '오얏'은 나지 않는다. 어쩌다 보게 되어도 '오얏'이라는 원래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콩자두'라고 불린다. 방울토마토 작은 것 크기만한데, 맛도 자두보다 시다.나는 어릴 때부터 신 것을 잘 먹어서 어머니는 지금도 마당가의 오얏이 익으면 "나는 저 나무만 보면, 여름만 되면 밥도 안 먹고 늘 저 밑에 가서 살던 셋째 생각이 난다"고 애를 쓰신다고 한다. 그래서 형수님이 시골집 마당가의 오얏을 따서 고속버스 편으로 우리집에 보내주었다. 그러기 며칠 전 아내도 형님 댁에 전화를 걸어서 "우리집은 여름만 되면 쌀값보다 상우아빠 자두값이 더 들어요"하고 엄살도 부렸다. 10㎏짜리 한라봉 박스에 넘치도록 오얏을 보내고 나서 형수님이 전화로 하하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 하루에도 몇 번씩 애를 쓰며 노래를 부르시다가 이제 편히 주무시게 되었으니 우리집 셋째 서방님은 먹는 걸로도 효도 참 잘하셔요."

그래, 그 말이 맞다. 예부터 '드려서 효도하는 아들이 있고, 먹어서 효도하는 아들이 있다'고 했다. 시골집 마당가의 자두가 내겐 그렇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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