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첫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15일.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해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던 본회의는 세 차례 연기 끝에 무려 7시간 후인 밤 9시에야 열렸다. 한나라당이 이날 새벽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추경 안에 행정수도 이전 타당성 조사비용 50억원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시비를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대체 한나라당은 그 동안 무얼 했길래 본회의 직전에 느닷없는 요구를 내놓아 처리를 지연시키는 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14일 저녁엔 야 4당 원내 대표들이 모임을 갖고 야권이 추진했던 예결위 상임위화 문제를 9월 정기국회에서 다시 다루기로 합의했다. 이에 반대했던 열린우리당은 잠시 후 "내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표결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해 일단 여야간 '휴전'이 이뤄졌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예결위의 상임위화 문제에 당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라도 한 듯 원 구성을 한달 가까이 연기하면서까지 힘겨루기를 했었다. 이번 국회에 들어서도 이 문제는 내내 '뜨거운 감자'였고, 특히 한나라당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국회를 보이콧 할 수 있다"고 몇 번이나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런 현안이 또다시 정기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이미 양당의 입장이 다 드러난 마당에 몇 달 후 재론한다고 해서 합의가 가능할 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 문제는 국정조사와 새해예산안 심의 등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정기국회 순항을 방해하는 암초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억지와 편의주의. 임시국회 막판에 여야가 보여준, 이 두 가지 행태는 17대 국회에 실린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자는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싶다.
/박상준 정치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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