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시나리오밥 우드워드 지음ㆍ김창영 옮김
따뜻한손 발행ㆍ1만8,000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석유 이권을 노린 침략이라고 단정하는 데는 다소 논쟁이 있겠지만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가 잘못된 정보라는 건 거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미ㆍ영 정보당국이 과장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최근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는 불량끼가 농후해 ‘평소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만으로 주먹깨나 쓰는 놈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꼴’이다.
그 때문에 결국 물러나고 만 조지 테닛 CIA 국장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워싱턴포스트의 대기자 밥 우드워드의 책에서 일찌감치 후회하고 있었다. “정보 보고서 앞부분에다 ‘여기 제시된 증거는 무적함대는 아니며, 화약연기 나는 총도 확보돼 있지 않다’고 명시했어야 하는데.”
‘이라크’는 분명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최대 쟁점의 하나일 테고, 공화당이나 민주당은 이 문제를 두고 벌써부터 갖은 정치 설전을 벌이고 있다. 부시는 왜 이라크전을 결심했고, 어떻게 전쟁을 준비했을까? 정말 진실을 알고 싶은가? 그러면 이 책 ‘공격 시나리오(Plan of Attack)’를 권하고 싶다. 100% 진실? 그런 건 없으니까 상식이 있다면, 이 책 역시 과신할 필요는 없다.
우선 믿을만한 것은 우드워드가 우선 매우 치밀하게 현장을 취재했다는 점이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그의 전시내각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기 위해 움직인 과정을 알기위해 지난해 말 부시와 이틀에 걸쳐 3시간 30분 동안 인터뷰했다. 그보다 몇 달 앞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도 역시 3시간여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두 인터뷰 모두 녹음했다.
외교안보 장관, 백악관 측근 참모, 국무부, 국방부, 중앙정보국 담당자 등 전쟁결정과정에 간여한 핵심인사 75명 이상을 만나 정보를 얻어냈다. 귀동냥한 이야기만 책에 소용된 게 아니라 정부기록, 개인비망록, 전화 메모 등 공식 비공식 문건 등도 다양하게 동원됐다.
더욱 중요한 건 이 책이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치중하는 다큐멘터리의 틀을 엄격히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의 편향된 해석’은 일부 독자의 입맛을 맞추기엔 좋을지 몰라도 결국 탈을 내고야 마는 법이다. 우드워드가 지난해 낸 ‘부시는 전쟁중’ 역시 사실을 중시하고 정보해석에 편향이 없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책이 박진감 넘치는 건 꼼꼼한 상황 묘사에다 부시를 필두로 매파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딕 체니 부통령과 국방부의 럼스펠드 장관과 폴 월포위츠 부장관,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테닛 국장, 반대편 국무부의 콜린 파월 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 그들의 수족이 되어 전쟁을 실행한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 등 이라크 전쟁 주역들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밝혀지는 것처럼 우드워드는 이라크 침공에 이르는 극비의 정책결정과정을 들춰보며 전쟁의 정당성을 의심하고, 그 여파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은 한반도 전쟁계획과 관련된 부분이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만든 68가지 전쟁계획 가운데 이라크와 함께 제대로 준비된 몇 안되는 계획 중 하나인 한국전쟁안을 보고 럼스펠드가 어안이 벙벙해졌다고 해 수정을 시사하는 대목, 부시가 2002년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 발언을 하기 전 라이스 안보보좌관이 당초 ‘이라크ㆍ이란ㆍ북한’이던 해당국가순서를 ‘1순위 북한’으로 바꾼 대목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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