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누워 손가락만으로 장을 본다? 인터넷으로 장 보는 일은 벌써 수년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생활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도 소비자들은 대형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에서 먹어보고, 만져보면서 물건을 골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저녁 늦게 퇴근하는 직장여성, 차가 없거나 비가 많이 올 때, 갓난아이를 둔 주부라면 인터넷 장보기가 매우 유용할 텐데도 아직 보편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인터넷 장보기는 어디까지 왔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실제 주부들의 체험을 통해 알아보았다.
고양시 덕양구 성사2동에 사는 방지연(37ㆍ홍보대행사 MMP 실장)씨는 주말 여행을 앞두고 LG인터넷슈퍼마켓(www.lgesuper.com)에서 두부, 밀감, 삼겹살 등 2만8,750원어치를 샀다. 방씨가 사는 경기 북부까지 배달이 가능한 곳은 LG인터넷슈퍼마켓밖에 없었다. 공산품이 아닌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인터넷 슈퍼’는 배송망이 첫 번째 한계인 셈이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사는 문세현(32ㆍ시너지 힐 앤 놀튼 차장)씨는 홈플러스(www.homeplus.co.kr)에서 갈비, 쌀, 쪽파 등 3만5,680원어치를, 현대백화점 e슈퍼마켓(www.ehyundai.com)에서 수박, 자두 등 3만180원어치를 샀다.
방씨와 문씨는 일단 “주문대로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것을 보니 믿음직했다”고 입을 모았다. 방씨는 “주문한 지 30분만에 물건이 배달돼 놀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문씨 역시 배달을 원하는 시간대에 정확하게 물건을 받았다. 빠지거나 바뀐 상품은 전혀 없었고 골뱅이를 사면 붙여주는 초고추장까지 챙겨 받았다.
대표적인 불만은 “사려는 물건 중 없는 게 많다”는 것이었다. “평소 미사랑 쌀을 먹는데 홈플러스에 없어서 철원환경농업쌀을 샀구요, 현대백화점엔 갈비가 아예 없더라구요. 옥시싹싹도 사려고 했는데 양쪽 모두 없었어요.”(문씨)
“저는 특가상품으로 싸게 나온 함박웃음 진미채하고 네버스탑 엑싱캔을 주문했는데 벌써 떨어졌다더군요. 싸게 사려면 인터넷 주문도 일찍 해두는 게 좋겠어요.”(방씨) 구비한 상품의 수만 보면 홈플러스-LG-현대 순으로 많았다.
특히 신선도를 예민하게 따지는 과일이나 수산물은 개인에 따라 만족도의 차이가 있다. 문씨는 미세하게 흠집이 난 자두를 놓고 “매장에서 직접 골랐다면 안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씨는 “나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산다”면서도 “예전에 수박을 한번 주문했었는데 너무 익은 게 왔다”고 말했다.
또 방씨는 “어묵을 주문했더니 LG에서 ‘유통기한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래도 사겠느냐’고 확인전화까지 해줬다”며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사실 많은 주부들이 식품의 선도를 가장 까다롭게 따지기 때문에 이를 믿을 수 없다면 인터넷 장보기를 이용하기는 힘들다.
가격은 어떨까. 두 사람 모두 “오프라인 매장과 가격이 같기 때문에 가격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얼마나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가가 문제다. 문씨가 3개 1,650원짜리 가시 오이를 산 반면 방씨는 4,400원을 주고 유기농 오이를 샀는데 가격에 대한 불만은 없다. 즉 개인 취향을 반영하는 상품선택이 가능한가가 중요한 셈이다.
이밖에 주문, 배달의 편의성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었다. 홈플러스는 밤 11시까지 시간대별로 배달을 지정하는 등 배달은 가장 편했지만 주문이 불편했다.“상품의 사진이 없는 게 많아 답답해요. 또 주문 한 다음에 다시 장바구니를 들어가 봐야 내가 얼마를 주문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불편하죠.”(문씨)
LG, 현대는 상품주문을 클릭하면 주문합계를 바로 볼 수 있다. LG는 하루 4번, 현대는 점포에 따라 하루 2~4번 배달해 준다. 방씨는 “LG의 경우 금방 배달된다는 건 좋았지만 주문이 6시30분마감이어서 직장여성이라면 결국 경비실에 맡겨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은 인터넷 장보기는 장단점이 있어 효율적인 이용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공감했다. 방씨는 “매장에 직접 가면 흔히 하는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잘 모르는 상품을 사려면 역시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린다”며 “평소 이용하던 매장의 인터넷을 이용한다면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는 현명한 장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가 없는 문씨는 “무거운 물건을 현관까지 전해주는 게 가장 좋다”며 “쌀이나 물 등 덩치 있는 물건을 주로 사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씨는 “주말마다 시식도 하고 새로운 상품도 살펴보면서 나들이 삼아 쇼핑하는 즐거움은 인터넷으로 대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인터넷 장보기 활용법
인터넷 슈퍼마켓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면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먼저 온라인 슈퍼는 오프라인 매장과 같은 상품을 배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 자신이 가던 곳을 이용하는 게 좋다. 그래야 낯익은 상품을 쉽게 골라 살 수 있다.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므로 먼저 배달이 가능한지부터 살펴보는 게 좋다.
눈으로 보고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용량에 대한 감을 익혀두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 100~200g 단위로 구입이 가능하므로 숫자만 보고 어느 정도 양인지 알고 있어야 적적하게 주문할 수 있다.
인터넷 장보기는 잘만 이용하면 알뜰 쇼핑이 가능하다. 일단 상품 둘러보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필요한 물건만 주문해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각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정기 할인행사, 당일 추천상품, 기획 특가상품 등을 잘 활용한다. 특히 주말에는 알뜰세일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으로 발행되는 쿠폰과 마일리지 적립도 잊지 말자.
주문할 때 메모란이 따로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이유식용 과일이라고 적어 주문하면 작고 연한 것으로 골라준다.
대부분 배달받을 시간을 지정할 수 있고, 며칠 전 예약할 수 있어 주문은 여유 있는 시간에 하면 된다. 단 당일 배달이 아닐 경우 가격이 변할 수 있다.
결제가 끝나면 주문번호가 나오는데 이를 기록해 두면 조회와 문의가 편하다. 또 물건이 도착했을 때 배달직원 앞에서 간단히 확인해 보는 게 좋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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