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는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중앙집권적으로 움직인다. 이는 중세 종교전쟁 등을 거치며 내려온 굳은 전통이자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미나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사회 참여나 평신도들의 역할을 강조한 움직임도 확산돼 왔다.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나타난 '소공동체 사목'도 평신도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소규모 단위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하다.1992년 김수환 추기경(서울교구장)이 '2000년대 복음화와 소공동체'라는 제목으로 교서를 반포한 후 시작된 이 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전망을 논의하기 위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12일 시작해 15일까지 대전교구 정하상 교육회관에서 개최되는 소공동체 심포지엄과 제3차 소공동체 전국모임이다.
심포지엄에서는 소공동체 도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강우일 제주교구장이 '한국 천주교 소공동체 도입과 배경 전망'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고, 정월기 서울대교구 사목국장이 성장과정과 현황을 보고했다. 또 소공동체 전국모임에서는 주교와 신부, 평신도 등 300여 명이 모여 사례와 체험 등도 발표한다.
소공동체 사목은 '함께하는 교회' '친교의 교회'라는 새로운 교회상을 만들기 위해 평신도 위주로 10가구(12∼15명) 정도가 정기적으로 성서를 읽으면서 복음을 나누는 활동이다. 특히 빈곤이나 환경 오염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하고, 성경에서는 어떻게 보고 과연 하느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는 점에서 현실참여적인 성격이 짙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에서 처음 공식 제기된 후,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활성화한 이 운동은 삶의 현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해방신학의 개념과 유사하지만 처음부터 사제들이 주도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처럼 사제들이 나서서 신자중심의 교회를 만들고자 한 데는 의식 있는 젊은 신자들이 점차 줄어들고, 교회의 성장이 둔화하는 데 따른 절박감도 작용했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서울대교구의 전원 신부는 "앞으로 성직자들이 평신도와 교회를 관리하기 보다 오히려 그들에게서 배우고 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이번 행사는 이를 재확인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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