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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대선당시 영내사망 정연관 상병/"野후보 기표" 이유 맞아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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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대선당시 영내사망 정연관 상병/"野후보 기표" 이유 맞아 숨졌다

입력
200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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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군부대 안에서 부정 투표에 반대해 지시를 어긴 사병이 구타로 숨진 사실이 17년 만에 밝혀졌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14일 87년 12월4일 육군 제2군수지원사령부 251중대 내무반에서 여당 후보를 찍으라는 지시를 어겨 야당표가 3표가 나왔다는 이유로 상관의 구타를 당하다 숨진 정연관(당시 20·상병)씨에 대해 '민주화운동 중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했다.

의문사위에 따르면 당시 정씨가 복무하던 부대의 중대장 김모씨는 대선 부재자 투표 후 내무반장 홍모씨와 병장 백모씨를 불러 "왜 교육받은 대로 여당을 찍지 않았느냐. 야당 찍은 놈들이 누구냐"고 추궁했고, 이어 백씨가 내무반원 10명을 구타하던 중 정씨가 쓰러져 숨졌다.

당시 부대 간부들은 투표장에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의 기호 1번이 위로 올라오도록 투표용지를 접어 1번을 찍도록 유도하거나 투표용지를 펴 놓고 공개적으로 기표를 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문사위는 "정씨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찍겠다'며 동료와 가족들에게 김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적극 권한 점으로 미뤄 야당 후보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활동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군에서 투표 비밀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정씨의 행동은 권위주의 통치에 맞서 참정권을 수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이어 "당시 부대원들이 중대전술훈련과 관련한 고참 지시내용을 불이행해 교육하는 과정에서 구타가 이뤄졌다는 헌병대 수사기록은 진실을 은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정씨를 구타한 백씨가 의문사위 조사에서 "당시 중대장이 '정 상병이 전술훈련을 앞두고 군기를 잡기 위해 기합을 주는 과정에서 단순 구타로 숨졌다고 헌병대에 진술하라'고 지시해 모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정씨 사건은 89년 13대 국회 '부정선거 특별조사위원회'에서도 조사했으나 진실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당시 내무반 동료 중 한 명은 "국회에 출석하기 전 당시 중대장 김씨가 원래 입을 맞춘 대로만 말하라고 했다"고 의문사위에서 진술했다.

2002년 1기 의문사위는 정씨가 위법적인 공권력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은 밝혔지만 민주화 관련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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