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의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는 분야별 전문성과 함께 독특한 이력을 가진 민노당 단병호 의원과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데뷔전을 치러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여야를 뛰어넘어 정부 시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단 의원은 20여년간 노동운동에 헌신하며 전노협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노동운동가답게 비정규직 문제와 공무원 노조, 소득 불균형, 청년실업 등 '전공분야'에 질의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내 목소리를 사회적 약자들의 절규로 들어달라"는 말로 질의를 시작했다. 이어 비정규직 차별과 손해배상 가압류, 노동자 구속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를 제시하며 정부의 노동정책을 조목조목 추궁했다. 단 의원은 특히 "이제서야 조금씩 제 몫을 찾아가는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기업 환경 조성을 명분으로 기본권을 내팽개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참여정부의 정책을 노동배제적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질의의 초점을 장애인과 여성문제에 맞춤으로써 직능 비례대표 다운 면모를 보였다.
장 의원은 우선 정부 통계자료를 근거로 전체 사회보장예산의 4% 수준에 불과한 장애인복지예산을 10%까지 늘릴 것을 요구했다. 또 "장애인에게 신체의 일부분이나 마찬가지인 보호장구에 대한 급여수가가 0.048%에 불과하다"고 지적해 김근태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장 의원은 이어 장애인의 의견이 반영된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과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육아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 "장애아에 대한 무상보육 전담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다짐을 받기도 했다.
단 의원은 이날 의정사상 처음으로 정장이 아닌 점퍼 차림으로 등단했다. 휠체어를 타고 대정부질문을 벌인 장 의원의 경우도 국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해 4월 개혁당 유시민 의원이 콤비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려다 야당 의원의 거센 항의를 받은 전례가 있었지만, 이날 단 의원의 파격에 이의를 제기한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