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을 수행하며 가장 큰 무게를 느끼는 것은 역시 '설교'를 해야 하는 임무이다. 가끔 설교를 하고 나서 드는 한가지 생각은 '행이 따르지 않는 말은 허언(虛言)일 뿐,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더더욱 질척거리는 사회상에 부대낄 때 침묵으로 대신하고 싶어지는 것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오히려 영성을 어지럽히는 행위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똑같은 물도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듯 깨달은 이의 한마디 말은 어리석은 중생에게 지혜의 등불이 되지만, 명분만 앞세워 내뱉는 말은 독을 뿜은 뱀의 혀끝처럼 강하게 주장하면 할수록 독을 뿜어낸다.
수도의 수장 자리에 앉아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전면개편 등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면 소신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는 이명박 시장. '불도저'라는 평가 속에 스피드행정을 펼치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들리는 소리의 전부는 아니다"며 소신에 흔들림이 없던 그가 '정치가와 종교인'의 사이에서 혼란을 겪었다.
빠른 결정과 집행에 승부수를 두는 그도 신앙 앞에는 어리석은 한 중생이었음에 종교평화를 희망하는 이 땅의 종교인들을 분노하게 했다. 신앙의 힘은 나약한 인간을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일으켜 세워주기도 하지만, 그릇된 신앙행위는 명석한 당신의 제자를 어리석게도 신앙에 눈이 멀어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망각하게 만들고 말았다.
'봉헌서' 낭독이 물의를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12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긴급 회장단 회의에 참석,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으니 늦기는 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혜로운 한 신앙인과 시민의 지도자를 동시에 기대해 본다.
/임성윤 원불교 안강교당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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