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협상에 협상을 거쳐 지하철 정기권이 가까스로 빛을 보게 됐다. 서울시와 철도청의 지하철 정기권 발행 협상이 14일 극적으로 타결돼 15일부터 서울시내 지하철 전 구간에서 정기권이 통용된다. 당초 사용 불가로 알려졌던 서울시내 국철구간에서도 정기권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철도청 관할 시외구간과 인천지하철은 여전히 정기권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정기권을 사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7월31일까지는 반액정기권
14일 오후6시 각 지하철 역사 매표소에서 발행이 시작된 정기권은 일단 기존 정액권과 동일한 폴리염화비닐(PVC) 형태의 주황색 티켓모양으로 발매된다. 8월1일부터 월 단위 정기권을 발매하려면 시스템 정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7월15일부터 31일까지만 임시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가격은 월 정기권 가격(3만5,200원)의 절반인 1만7,600원이며, 7월31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늦게 구입할 때마다 1,000원씩 차감된다. 예를 들어 7월15일에 사면 1만7,600원이지만 다음날인 16일에 사면 1만6,600원, 17일에 사면 1만5,600원이 되는 식이다. 7월 반액정기권에 한해서만 사용횟수가 무제한이며, 8월1일부터는 월 60회로 사용이 제한된다.
수도권 승객은 구입하면 손해
철도청이 관할하는 서울시내 국철구간에서도 사용이 가능해 경부선 서울역↔시흥, 경인선 구로↔온수, 경원선 용산↔왕십리 경유↔도봉산, 분당선 선릉↔복정 구간에 정기권이 적용된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은 1호선 서울역↔청량리(지하), 2호선 전구간, 3호선 지축↔수서, 4호선 당고개↔남태령, 5호선 방화↔상일동·마천, 6호선 응암↔봉화산, 7호선 장암↔온수, 8호선 암사↔모란 구간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당분간 이 구간을 제외한 철도청 관할 시외구간과 인천지하철에선 사용할 수 없는 '반쪽 패스'로 운영돼 수도권 승객들은 정기권을 구입하면 손해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정기권을 구입한 수도권 승객이 시청∼수원 구간에서 지하철을 이용했을 경우, 시청∼시흥 구간은 정기권이 적용되지만 시흥∼수원 24.2㎞ 구간은 1,100원의 운임을 따로 내야 해 정기권 1회요금 800원(22일 사용기준)을 더하면 총 1,900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또 정기권 승객이 통과할 수 있는 별도 게이트가 없어 역무원이 요금정산을 위해 게이트로 나오면 추가운임을 정산해야 한다. 교통카드를 이용할 경우 시청∼수원 요금은 1,300원이다.
수도권 확대시 정기권요금제 변경
서울시와 철도청, 인천시, 경기도는 연내 수도권 전체로 정기권을 확대하기로 합의하면서 거리비례 개념을 적용, 운행거리별로 차별화된 새 교통카드 운임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1㎞ 구간을 가든 40㎞ 구간을 가든 동일한 요금을 적용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철도청의 의견을 수용해 통행거리마다 교통카드의 요금을 달리 책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외 구간을 이용하는 정기권은 사용구간을 거리별로 구획지어 운행거리가 긴 구간일수록 요금이 더 비싸지게 된다. 서울시내 구간 정기권요금 3만5,200원은 그대로 유지되며, 정기권 형태는 티머니 교통카드 형식의 기명식으로 바뀐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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