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에서 프랑스라는 나라는 큰 의미가 있다. 중소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하이퍼마켓의 확산을 방지하는 ‘로와이에법’이 일본의 ‘대점법’을 거쳐 국내에 들어와 ‘도소매업진흥법’이 되었던 경험은 전형적인 사례다.이러한 프랑스에서 최근 소매물가를 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 관심을 모은다. 특이한 것은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정부라는 점이다.
17일 프랑스 경제재무산업성은 소매업자와 제조업자를 모아 상품 가격의 인하를 요청, 9월까지 3%, 2005년도까지는 5%를 내릴 것을 결의했다. 소매업계와 제조업계는 가격 인하가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정부 방침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부는 상품의 소매상들이 고민하는 다른 문제도 풀어주었다. 중소기업 제품의 매장을 늘린다는 조건으로 중ㆍ대형점의 확장을 완화한 것이다.
가격 인하의 주요 대상은 코카콜라와 같은 음료에서 콜게이트 치약과 같은 생활용품까지 주로 하이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내셔널브랜드 상품이다. 인하된 가격 부담은 유통업계와 제조업계가 균등하게 나누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유통업계가 적극적인 이유는 자사 브랜드 상품(Private Brand)을 값싸게 대량 유통시켜 급성장하고 있는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프랑스에서는 1996년에 제정된 ‘갈랑법’으로 인해 매입 가격 이하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금지돼 소매업자가 가격을 제한 없이 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는 매입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자사브랜드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계속 확대해 왔다. 하이퍼마켓들은 고육지책으로 쿠폰을 발행,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실시하면서 저가 전략에 대항해 왔다.
정부와 제조ㆍ유통업계가 합의해 서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정책을 도출할 수 있는 이러한 구조가 까르푸, 오샹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양산한 저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침체로 내수가 부진한데도 계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국내 경제에 프랑스의 가격인하 형태는 타산지석이 될 것 같다.
/김인호ㆍ현대백화점 유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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