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주씨 몫까지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꼭 따오겠어요.”13일 태릉 선수촌 승리관. 남녀 유도 태극 전사들이 뿜어대는 열기와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하다. 여자유도 52㎏급의 간판 이은희(25ㆍ성동구청)가 훈련 파트너를 상대로 연신 업어치기를 걸며 비지땀을 흘린다.
한 켠에서는 아테네행이 좌절된 남자유도 66㎏의 김형주(28ㆍ한국마사회)가 연습에 열중해 있다. 공인된 커플인 이들은 서로 도복 깃을 맞잡고 훈련하지는 않지만 조금 떨어진 발치에서 이따금씩 그윽한 눈길을 보내며 무언의 격려를 주고받는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두 사람은 올해 김형주가 남자대표 선발전에서 탈락, 올림픽 동반출전이 무산됐다. 예비 신부는 ‘피앙세’의 못다 이룬 꿈까지 대신해야 한다며 이를 악문다.
예비 신랑도 틈만 나면 “너도 열심히 해라. 나도 이대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한다. 신랑은 훈련이 끝나면 수시로 전화를 걸어 예비 신부의 부상 여부, 컨디션 등을 챙기며 외조에 힘을 쏟고 있다.
함께 손잡고 아테네에 가지는 못하지만 금밭을 일구기 위해 피를 나눈 형제, 부부도 힘을 합쳤다. 국가대표 ‘형제 레슬러’로 유명한 김인섭(31)-정섭(29ㆍ이상 삼성생명)형제. 97년부터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있는 두 형제는 올해의 경우 형 인섭은 66kg급에서 올림픽 출전티켓을 따냈지만, 84kg급의 동생 정섭은 안타깝게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그러나 동생은 요즘 하루도 빠짐없이 태릉선수촌을 찾아 체중을 6kg이나 올린 형을 위해 중량급인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고 가끔 맞상대도 해준다. 형은 “둘이 힘을 합쳤는데 금메달 하나도 못 메치겠는가. “시드니 때는 은메달에 그쳐 울고 왔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웃으면서 돌아오겠다”고 말한다.
배드민턴 김중수 감독과 정명희 여자코치는 4년전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함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결혼 13년차 부부. 정코치는 올림픽 직전까지만 남편과 함께 선수를 지도하고 아테네에는 가지 않는다. 핸드볼의 간판 스타 윤경신(32ㆍ독일 굼머스바흐) 경민(26ㆍ하나은행) 형제는 함께 아테네에 가는 행운을 잡았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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