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와 춤을 추고 싶지만, 미국 대선의 향배를 알 수 없어 속마음을 감춘 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손을 잡을 것입니다."미국 내 북한통으로 알려진 토니 남궁(59·사진) 박사는 1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심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마흔이 넘어 한국말을 배웠다는 그는 우리말과 영어를 어지럽게 섞어가며, 한반도 정세와 미 대선 결과가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부시 행정부는 11월 대선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의외로 쉽게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11월 이전에 북핵 해결의 큰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나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최근 북핵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부시 정부의 입장이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남궁 박사의 현재 직함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정책특보. 리처드슨 지사는 상원의원 시절부터 한반도문제에 관여해왔으며, 현재 민주당 케리 후보 진영에서 대북정책 개발을 이끌고 있다.
남궁 박사는 그러나 "미국에서 민주당 정권이 탄생하더라도 대북경수로 사업의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측도 북한에 원자력을 제공하는 데 대해 부정적이며, 대신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버클리대의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을 지내면서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와 함께 남북관계 통으로 활동해 왔다.
지난해초 리처드슨 주지사가 한성렬 북한 유엔주재 차석대사와 회동한 자리도 그가 주선했다.
남과 북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다 보니 억울한 경우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국회에서 "'대남밀사'가 서울에 와 있다"며 회담을 추진하는 북측 대리인으로 남궁 박사를 지목하고 나섰던 것. 그는 "그 후에 정 의원이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해 저녁을 함께하면서 풀었다"고 웃어 넘겼다.
'남궁'이라는 성씨에 대해 묻자 "구한말 독립운동가인 남궁억 선생이 증조부"라고 그는 밝혔다. 최초의 신학박사이자 신학교수였던 남궁혁 선생이 그의 조부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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