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 기업들이 외국인 지분율 급등에 따라 설비투자 보다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14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가 발표한 '인수·합병(M&A) 방어 환경의 국제비교와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의 자사주 보유 총액은 2001년말 현재 8조2,040억원에서 5월 19조1,390억원으로 2년 6개월만에 133% 가량 늘어났다.
특히 올 상반기 상장 기업의 자사주 순취득액은 3조6,000억원으로, 설비투자액 8조3,000억원(4월27일 기준)의 43%에 달했다. 여기서 삼성전자(자사주 순취득 3조6,000억원, 설비투자 6조1,000억원)를 제외하면 상장기업의 자사주 순취득액(1조6,000억원)은 같은 기간 설비투자액(2조2,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보고서는 "시가총액 중 외국인 비중이 2001년 36.6%에서 올 상반기 43.6%로 급상승함에 따라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미국,영국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마땅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갖지 못해 자사주 매입과 같은 현금 투입형 방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같은 현금 투입형 경영권 방어는 단기적 주가 안정과 주주중시 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도 있으나 과도한 현금 소요로 기업의 투자와 성장 잠재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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