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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 지금/'네거티브 일색' 美 대선광고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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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 지금/'네거티브 일색' 美 대선광고 충격

입력
200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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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11월로 다가왔다. 4개월 후면 9·11과 이라크전 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지 W 부시 정부가 국민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상대가 결코 만만찮다. 다소 딱딱하다는 평가를 받던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피플' 지가 가장 섹시한 정치인으로 뽑을 만큼 매력적인 외모에 달변인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을 러닝 메이트로 삼아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시 진영을 앞지르고 있다.마침내 방송광고전도 본격화했다. 미국선거에서 방송광고의 비중은 실로 엄청나서 방송사의 정치광고 수익이 6억 달러를 웃돈다고 한다. 실제로 요즘 TV를 보면, 정치 광고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대통령 후보는 물론, 하원의원 후보를 비롯한 지방 조직의 선거광고까지 동시다발로 방송되고 있는데, 선거별로 색채가 꽤 다른 것이 흥미를 끈다.

대통령 후보 광고의 메세지는 대단히 신랄해 현재 다급한 승부가 진행중임을 느낄 수 있다. 일부 광고는 신랄하다 못해 '폭로전'에 가깝다. 600만 달러 이상을 쓴다는 부시의 광고에는 존 케리의 사진까지 등장시켜 그를 국민 대다수의 의사를 무시하고 세금 인상을 연거푸 성공시킨 장본인으로 묘사한다. 이는 대선전략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공화당은 케리가 당선되면 향후 10년동안 총 9,000억 달러의 세금을 더 걷을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케리진영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부시를 미국을 테러집단의 제1 타깃으로 만든 '전쟁광'으로 비난하는 것 외에 경제부문에서도 맹공을 퍼붓고 있다. 실업률이 이미 위험수위인데도 불구하고 산업시설을 무리하게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 케리 진영은 당선 후 1,000만명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들 광고를 그대로 믿는다면, 두 후보 모두 절대 대통령이 돼서는 안될 사람들이다. '정치 선진국'이란 타이틀을 떠올리며 미국의 선거광고를 직접 접한 필자에게는 다소 충격적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니 뽑아달라!"라고 하기보다 "저 사람은 저런저런 사람이니 뽑으면 난리난다. 모두 망한다!"는 식의 흑색선전에 주력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비하면 하원의원 후보들의 광고는 참 순진해 보인다. 대부분 "저는 그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해왔습니다. 이런 일들을 하겠습니다"하고 정치광고의 정도(正道)를 걷는다. 메세지를 전하는 방식도 조용한 편으로 후보의 친구들이 나와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거나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후보의 모습을 담는다.

"국민을 위해 일 한번 해보겠다"는 궁극적 목적은 같은데 왜 이렇게 다를까. 선거의 성격 등 복잡한 배경이 있지만, '초심'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후자는 대통령 후보들에 비해 아직은 푸른 꿈과 오염되지 않은 희망으로 채워져 있는 사람들이어서 광고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닐까. 아직은 깨끗한 초심으로 "저 사람 뽑으면 큰일나요"라고 말하는 대통령 후보들과 달리, 기본 화법을 지키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참정권도 없고 오직 구경할 권리만 있는 유학생 신분이지만, 후자의 선거광고에 한표를 찍어주고 싶다.

유현재/ 미국 조지아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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