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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어릴 때 배운 여름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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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어릴 때 배운 여름 속담

입력
200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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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동네 게으른 일꾼을 보면 "밭에 떡전을 차리겠다"고 했다. 그 집 농사가 잘되어 밭에서 바로 떡을 해도 된다는 뜻인가 했는데, 밭에 풀이 너무 많이 나서 거기에 떡을 쌓아놓아도 흙이 묻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울밑에 심은 호박순이 무성하게 자라 퍼드러지면 "양식 귀해 내쫓은 며느리도 다시 부르겠다"고 했다. 호박순만 가지고 된장 쌈을 싸 먹어도 한 끼 양식으로 넉넉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날이 가물어 호박 잎이 축축 늘어지면 "올해는 사돈한테 그런 인심 쓰기도 어렵겠다"고 했다. '여름 손님은 친정 오라비도 반갑잖다'는 말도 있다. 그 만큼 바쁘고 또 누가 와도 대접할 게 마땅찮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즐겨 쓰시던 말은 인심에 대한 얘기였다. 무슨 인심이냐면 "여름엔 말 인심이 호미 인심보다 크다"고 했다. 매일 농사 일로 힘들고 고될 때 서로 좋은 얼굴과 좋은 말로 대하는 것이 '호미 인심(공짜로 밭을 매어주는 것)보다 더 큰 인심'이라는 뜻이다.

도시의 삶이라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더운 여름날 한 직장에서 서로 말로 짜증나지 않게 하는 게 부조인 것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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