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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가기관끼리 이런 추태 벌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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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가기관끼리 이런 추태 벌이다니

입력
200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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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근 일병의 사인규명 과정에서 발생한 국방부와 의문사위의 갈등에 대해 감사원이 즉각 특별감사에 나서기로 한 결정은 적절하다. 이로써 시정 폭력배의 싸움을 방불케 한 국가기관 간의 추태가 엄정하게 그 진상이 밝혀지고 정리되기를 기대한다. 다행히 국방부와 의문사위 관련 당사자들이 녹취록 등 증빙자료들을 확보하고 있어 양측 주장의 진위를 가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번 사안에는 앞으로 나올 특감결과와 관계없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군 관계자가 함부로 무기를 사용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점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업무수행 과정에서 드러난 의문사위의 도덕성 또한 의심을 살 소지가 있다. 군측에서 공개한 자료에는 청와대 등의 고위인사를 팔아 군 조사관을 회유하려 시도한 정황이 나타나 있다. 의문사위가 반박하고 있어 이 역시 아직은 단정하기 이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얼마 전 교수임용 청탁 파문 때 확인된 코드가 맞는 정권 관계자들끼리의 담합 양태를 그대로 연상시키는 것이다. 학연과 인맥 등으로 자리를 흥정하는 구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감사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업무상 입장이 다르거나 이해관계가 갈리는 국가기관 사이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 문제는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그 해소를 위해 정부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데 있다. 해당 국가기관들이 이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있었다면 상급기관이 이를 인지하고 조정에 나서 다툼이 볼썽사납게 표면화하는 것을 막았어야 옳았다. 한바탕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난 뒤에야 감사기관이 해결을 맡고 나선 것은 어떻든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다. 이 정부에 통합조정 시스템이란 게 있기나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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