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된 안제로 델라 크루즈(46)를 살리기 위해 이라크에서의 조기철군 의사를 발표했다. 이에따라 미군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의 내부 동요가 예상되는 등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라파엘 세기스 필리핀 외무차관은 13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 TV에 출연, "모든 필리핀인들과 피랍된 크루즈의 가족들을 대신해 자비와 동정을 호소한다"며 "가능한 빨리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필리핀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무장세력들은 이 방송 이후 인질을 석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라크 주재 필리핀 대사관의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필리핀 정부의 철군 입장발표 직후 납치 세력이 필리핀 인질을 석방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미군과 이라크 임시정부측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필리핀군의 규모는 51명에 불과하지만 필리핀 정부의 조기철군 발표는 연합군의 긴밀한 협력과 대응체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발생할 외국인 테러위협에 대한 해당 국가들의 대응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필리핀군의 철수가 구체적으로 언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세기스 외무차관은 알 자지라 TV와의 인터뷰에서 '언제 철군이 언제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필리핀 정부의 의지에 따라 철군이 이뤄질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납치 무장세력은 12일 알 자지라에 보낸 한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당초 필리핀 군 철수 예정기한보다 한 달 앞선 7월20일까지 철군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필리핀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필리핀 근로자의 이라크 추가파견 전면중지 지시와 4,000여명에 달하는 이라크 거주 필리핀 근로자들에 대한 귀국 촉구에 이은 것으로, 대통령 재선 한 달째를 맞는 아로요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이 강하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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