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가라앉은 장세에 최근 국내외 정보기술(IT) 업종의 실적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하반기 증시 비관론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교보증권은 13일 IT 경기 및 선진국 경기 모멘텀 둔화, 기업실적 하락과 글로벌 유동성의 증시 이탈 등 4가지 우려를 꼽으며 하반기 종합주가지수가 620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악재1
최근 대신증권은 중장기 증시전망을 통해 "하반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내년초부터 다시 대세 반등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희망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교보증권 김정표 투자전략부장은 이날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IT 관련 지표를 제시하며 훨씬 비관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김 부장은 "세계 IT 경기에 선행하는 미국 IT 내구재 수요 및 IT 신규주문 증가율이 최근 하락 반전하고 있다"며 "이 같은 여파는 곧바로 국내 IT 수출 증가율 역시 하락반전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에 따르면 이 같은 악순환 구조는 2002년 이후 지속됐던 글로벌 IT 경기가 하락반전하는 뚜렷한 조짐으로,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해 IT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와 대만 증시에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악재2
최근 거시경기 지표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와 국내(통계청), 미국(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가 동반 하락반전하고 있다. 김 부장은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이 같은 지표 반전에 더해 미국 금리인상 등 해외의 긴축 기조가 위험자산 회피심리를 자극하며 아시아 이머징마켓 증시를 짓누를 수 있다"며 '경기둔화+긴축'의 2중 악재화 가능성을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악재3
미국 금리인상과 경기둔화 가능성에 따라 국내외 기업의 실적 모멘텀도 정점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부장은 "최근 4분기 동안 이어진 미국 기업실적 상승세가 하반기 이후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 맞춰 국내 기업 실적도 2분기에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관련 지표로 S&P 기업 순이익 증가율 및 전망치, 국내기업 이익성장률 등을 제시했다.
●악재4
글로벌 유동성의 증시 및 아시아 이탈이 일단락 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김 부장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김 부장은 "미국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추이는 대체적으로 미국의 ISM제조업 지수 추이 동행해왔다"며 "향후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세의 둔화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어 "이 경우 국내 증시로의 해외 유동성 유입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 국내 기관 및 개인 등의 증시 복귀도 지연되며 전반적 수급공백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교보증권은 이에 따라 하반기 지수 밴드를 620∼820선으로 잡고 "하반기에는 펀더멘털 반전에 따른 추세적인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