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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로맨스' 김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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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로맨스' 김상경

입력
200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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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이 배우 김상경(32)을 ‘발견’하게 한 계기였다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김상경을 단번에 충무로의 기대주로 꼽게 한 작품이다. TV에서 수 많은 배우 가운데 하나로 스쳐 지나갈 수도 있던 김상경의 얼굴은 이제 충무로의 대표 얼굴 중 하나가 되었다.그가 ‘코미디의 여왕’ 김정은과 함께 한 ‘내 남자의 로맨스’(감독 박제현)로 이번에는 본격 상업영화에 뛰어들었다. 7년 간 프로포즈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스물 아홉 현주(김정은)의 애인 소훈 역으로, 해충방제회사 연구원이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사고로 만난 톱스타 은다영(오승현)의 뜨거운 눈빛을 받으며 이 남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김상경은 과연 어떤 로맨스를 선택할까.

먼저 김상경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왜 이 영화를 택했는가 였다. 작가주의 감독이라 부를 수 있는 홍상수와 봉준호에 이어 상업영화를 택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코미디의 여왕’과 잘 어울릴 자신이 있었을까. “처음엔 다 미쳤다고 했어요. 난 ‘특이한 배우의 조합’이 좋아요. 송강호씨와 조합도 독특했죠.

잘 맞아 떨어지진 않았다구요. 이번 영화에서 마구 웃기려고 억지를 부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무엇보다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고팠어요. 마이너리티적 충동이랄까, 큰 대작 영화에 대한 묘한 반발심도 있었죠.”

그는 송강호나 최민식처럼 당대 최고 배우들의 길을 무작정 따르지는 않겠다고 했다. “인위적으로 제 길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누구나 성공을 점치는 시나리오만 택하지도 않을 거구요.” 이어 놀라운 반문이 이어졌다.

“그분들이 저처럼 ‘쌔끈한’ 역을 하지는 못하잖아요?” 이번 작품에선 ‘오버’ 하지 않는 ‘생활’ 연기와 함께 한 연기자들과의 ‘호흡’에 공을 들였단다. “나도 정은씨도 막가파식 웃음연기는 하지 말자고 했어요. 난 그저 소훈의 생활을 연기한 거죠.”

김상경에겐 두 여인에게 동시에 사랑 받는 ‘행복에 겨운’ 역할이 낯설지 않다. “김정은씨랑 드라마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1999년으로 기억하는데 일일드라마 ‘날마다 행복해’였죠. 그때는 정은씨가 절 애인으로부터 뺏으려고 하는 역을 했죠. 하도 해서 지겨워요. 이런 역할도.”

만약 ‘조강지처’가 있음에도 영화처럼 톱스타가 좋다고 달려들면 어떻게 할까. “되게 고민할 것”이라며 웃음을 짓는다. 살짝

미리 알려드리자면, 소훈은 김상경처럼 ‘되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현주를 번쩍 들어 키스라도 할 듯 하더니 갑자기 파도에 던지지를 않나, 마시라고 준 것을 빼앗아 먹지 않나, 모습이 예측불허다. “ ‘생활의 발견’의 경수가 저와 가장 가깝다는 분이 계시지만, 오히려 소훈과 가까울 수도 있어요.”

드라마 ‘홍국영’ ‘인간시장’ 등을 떠올리며 TV 보다 영화 할 때 더 각광을 많이 받는다고 하자, 극중 연구원처럼 또는 ‘살인의 추억’에서 ‘서류는 거짓말 안 한다’는 형사처럼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TV?4:3, 영화는 16:9 비율이죠. 제 골격이 커서 와이드 화면이 더 잘 맞아요. 금방금방 짜내야 하는 TV연기 특성이 나와 안 맞는 것도 있죠.”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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