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식 성과주의 기업 문화를 무조건 도입하는 것은 노사간 신뢰 저하만 부추길 수 있다.' '기업구조조정이 곧 종업원 해고라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한국은행은 13일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 탈출 요인과 시사점 (제조업의 부활을 중심으로)' 이라는 조사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시사점을 제시했다. 한국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무비판적인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한국식 경영', 그리고 '한국식 구조조정' 문화를 개발하고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이 주목한 것은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세번째의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 앞선 두 차례와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 과거 두차례 경기 회복이 일본 정부의 재정 지출(96년)과 미국 기업이 주도한 정보기술(IT) 혁명(2000년)에 따른 것이라면, 이번 경기 회복은 일본 기업, 특히 제조업이 주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속적인 기업구조조정 추진, 기술개발 독려, 일본의 문화적 특성에 맞는 경영혁신 등을 통해 10여년간 상실했던 제조업의 경쟁력을 되살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일본 경제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신제품 개발 →소비 및 수출 증가→기업수익 및 설비투자 증가 →경기 회복'의 선순환 구조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특히 일본 제조업이 부활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활발한 기술 개발 외에 일본의 특성을 살린 경영 방식의 개선을 꼽았다. '미국식 경영'을 도입하면서도 '일본식 경영'의 장점을 결합시키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식 경영은 주주, 사원, 고객, 협력업체, 금융기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것"이라며 "도요타자동차가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직원 교육에 주력하면서 종업원들이 보수나 승진보다는 능력 향상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 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한은은 일본의 경험으로 볼 때 영미식 경영을 단순 도입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사회 풍토와 문화 의식에 적합한 경영 방식을 재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성과주의 기업문화 확산으로 나타날 수 있는 노사간의 신뢰 저하, 직원 윤리의식 약화 등 부작용 해소에 유의해야 한다"며 "또 '기업구조조정=인건비 절감=종업원 해고' 라는 경직된 사고에서 탈피해 신뢰와 협력을 중시하는 노사관행을 확립해 임금 및 고용의 동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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