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막대한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거대 소비집단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조직보다 훨씬 엄격한 청렴성이 요구된다. 2004년도 국방예산은 정부 재정의 16%가 넘는 18조9,412억원에 이르며 이중 전력투자비가 3분의1 정도 된다.1950, 60년대에는 주로 병사들의 몫으로 배분되어야 할 경상운영비를 갉아먹는 부패가 만연되어 사병들은 늘 배고픔과 추위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은 이런 유의 부패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대신 무기 도입 등 전력투자비가 대폭 증액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최고위급 간부들의 부패 가능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 초기, 간단한 사정의 칼끝만으로도 5·6공화국 실세 국방장관들이 무기 도입 관련 부정에 연루되어 줄줄이 철창 신세를 졌었다. 문민정부의 국방장관도 같은 이유로 투옥된 바 있고 김대중 정부의 실세 국방장관 역시 비슷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어찌 국방부만의 문제이겠는가? 우리나라 관료사회는 일제 때 국민 위에 군림하던 봉건적 문화를 상당 부분 이어 받았고 군부독재 시절의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에 찌든 측면이 많다. 정계·재계·언론계 등 기득권층과 결탁해 자기보호의 벽을 쌓음으로써 부패척결은 윗물을 맑게 하기보다는 송사리 잡기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서 그동안 우리나라 부패의 주범이었던 정·경 유착의 정치권 비리를 과감히 파헤쳤음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제 다시 국가기관 전체 고위직의 청렴성 보장을 위해 공직자 비리 척결 기구를 설치·운영키로 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부패척결은 물 샐 틈 없는 예방·감시 못지않게 사정기관 스스로가 부패되지 않도록 하는 상호 견제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검찰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
과거 군과 관련된 크고 작은 부정부패의 이면에는 무소불위의 특권을 휘둘러온 현장 기무사 요원이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개입되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누구로부터도 견제받지 않는 특수한 조직의 성격 때문에 그들의 비리가 거의 노출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중요한 장성 진급, 무기 도입, 대형 공사 입찰, 대형 납품 등 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각 군 본부와 국방부의 최고위직에 대한 부패척결에 대해서는 그들도 한계가 있었다. 국방부 직할부대이기 때문이다.
무기상을 비롯해 대형 사업과 관련된 음성적 로비스트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고위층에 직접 접근해 담판을 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군 수사기관에서 민간인 신분인 그들을 추적·조사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안보 관련 군사기밀이란 이유로 접근이 어렵고 극히 제한된 간부들만 부조리의 개연성이 있는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만 발설하지 않는다면 내막이 거의 노출되지 않아 문제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장차 설치될 부패방지위원회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그러나 군의 특성상 관련 첩보 및 정보는 결국 기무사나 헌병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해 효과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 군 검찰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군 검찰 법을 제정하여 군 검찰의 원 소속을 법무부로 하고 국방부에 파견 지원 근무하는 형태로 제도를 개혁함으로써 건전한 견제 역할을 통해 최고위층의 국방 관련 부조리를 원천 봉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군 개혁의 당연한 추세인 군사법원 폐지를 위한 준비작업의 성격도 갖게 될 것이다.
깨끗한 국방비 운용은 안보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국가 중대 사안이다. 부처 이기주의를 뛰어넘는 대 개혁의 결단이 있기를 당부한다.
/표명렬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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