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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행정수도, 대책 없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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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행정수도, 대책 없는 반대

입력
200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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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 죽는 것만 시원하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요즘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격돌을 보노라면 본말이 전도된 감정싸움이 앞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 여야, 일부 언론에다 시민단체까지 나서 공방이 한창이다. 급기야는 반대 측에서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상태이다.행정수도 이전 논란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30여 년의 해묵은 이야기이다. 1971년 대통령선거 때 신민당 김대중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제시한 것을 필두로 77년엔 박정희 대통령이 임시행정수도 건설 구상을 발표, 추진하던 중 이태 뒤 시해사건으로 불발로 끝났다.

60년대 말 이호철의 신문 연재소설 '서울은 만원이다'가 나올 무렵 서울 인구는 380만 명이었다. 지금 서울 인구는 1,100만에 육박하고 서울 경기 일원을 합친 인구는 2,300만이다. 수도권은 전 국토의 11.8% 면적에 전체인구의 47%가 밀집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경오염, 교통난, 주택난 등은 매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마디로 21세기 웰빙 시대에 최악의 삶의 질을 향해 질주하는 느낌이다. 정부는 70년대 이래 그린벨트를 비롯해 수도권정비계획, 국토이용계획 등 각종 수도권 인구 과밀화 억제 정책을 폈으나 백약이 무효였던 것이다.

정부가 30년의 시행착오를 뒤로 하고 작년 말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바탕으로 행정수도 후보지까지 사실상 발표한 지금에 와서 이를 백지화하라는 주장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신행정수도 이전 반대논리는 크게 보아 세 가지이다.

첫째, 수도 이전은 국가적 중대사이므로 국민투표에 부쳐 민의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수도를 뉴욕(1789년)에서 필라델피아(1790년)로, 후에 다시 워싱턴(1800년)으로 두 번씩 이전했지만 국민투표를 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현실적으로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우선 수도권 거주자 대다수가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내 집, 내 땅, 내 건물값이 내려가고, 유통·서비스업이든 자영업이든 가뜩이나 불경기에 장사 안 되는 마당에 '삶의 질' 같은 이야기는 사치스러운 말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강원도나 경기 북부 주민들은 수도가 이전되면 불편해지니 처음부터 달갑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국민투표는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이해관계자가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진정한 민의가 반영되기 어렵다고 본다.

둘째, 경제도 어려운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비용에 관해서는 여야 정당과 연구기관 등에서 대체로 6조 원에서 50조 원대까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돈이 일시에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0∼20년에 걸쳐 연차적으로 조달하면 된다. 90년대 초 건설부장관으로 신도시 건설 경험이 있는 박 승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개발이익 환수를 통한 재원을 활용하면 분당 신도시 건설비용 정도면 충분하다"며 경제적 부담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끝으로 신행정수도를 건설해도 인구 분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우리의 정치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그릇된 판단으로 보인다. 옛말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조선 500년의 유교문화와 일제 식민지 등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관존민비식 권위주의 문화에 젖어 있음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이유로 70년대 이래 각종 수도권 인구 분산 정책이 실효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행정부와 함께, 입법, 사법부도 서울에서 옮겨가야 비로소 서울 인구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경수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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